(보령해저터널은 그 길이가 6.9킬로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고, 세계적으로도 다섯 번째로 길다. 평일이라 차량 통행도 적었고 제한 속도도 70킬로미터라 여유롭게 우리는 터널을 통과했다. 터널에 들어가서 계속 내려간다는 느낌,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저절로 굴러가는 듯한 느낌이 이채로웠으며, 또 상당히 길게 이어진다는 느낌과 함께 반대로 나갈 때가 다가오자 오르막을 오르는 느낌 등이 전체적인 인상이다. 터널 입구에 심신미약자는 주의를 요한다는 경고문이 내 시선을 끌었다.)
대천 해수욕장 상가 지구로 들어선 우리는 일단 숙소를 잡기로 했다. 방을 두 개 잡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으나, 후배가 자신은 코를 골지 않으며 약간 숨소리가 크게 나는 정도라고 해서 온돌방으로 잡기로 했다. 그래도 좀 괜찮은 곳에 묵으려 호텔 한 곳을 문의했더니, 13만 원이라고 했다. 가격이 너무 세서 JI호텔(신관)에 문의를 해보니 6만 원이라고 해서 그 정도면 적당하다는 생각에 그곳에 묵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그리고는 대천 해수욕장으로 나가보았다. 아직 채 겨울이 끝나지 않아 쓸쓸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그래도 좀 있었다. 재작년 10월 쯤엔가 탁구장을 하는 지인과 탁구를 치러 보령 시내에 들른 적은 있지만 대천 해수욕장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규모였다. 폭과 길이가 내가 본 해수욕장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컸다. 길이는 어림잡아 4킬로가 넘을 듯했고, 모랫사장의 폭도 백여미터는 될 정도로 넓었다.











이제 후배가 고대하던 저녁을 겸한 술 한 잔의 시간이 되었다. 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한 접시하는 것이 그럴 법했다. 그런데, 식당가가 운집해 있는 골목에서는 모두 조개구이가 주인 그런 집들이었다. 나는 조개구이를 그럭저럭 선호하는 편이었으나, 안타깝게도 후배는 조개를 못 먹었다(후배는 '조개는 잘 먹는데 진짜 조개는 비려서 못 먹는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일단 [바운스](조용필의 노래 제목--이 노래가 나온지 벌써 십 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에서 딴 식당 이름에 눈길이 갔고, 여러 방송에도 출연했다는 것이 우리의 발길을 끌었다)라는 식당에 들어가니 1인 4만 원 코스에는 굴, 조개뿐만 아니라 회, 삼겹살, 새우 등이 있어서 조개를 못 먹어도 먹을 것이 많을 듯했다. 나로서는 무한리필되는 굴찜이 맛있었고, 키조개 등도 먹을 만 했으나, 후배는 주메뉴인 굴이나 조개를 못 먹으니 아쉬움이 따랐다. 광어회는 양이 너무 작았고, 냉동삼겹살은 식감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어찌됐든 한상 가득 차려 놓고 나는 맥주를 후배는 소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시간이 많이 지나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마도 내 신세한탄을 좀 했던 듯하다. 내가 앉은 자리 대각선 자리에는 젊은 남녀가 들어왔다가 남자는 급한 볼일이 있는지 나가더니만 한참을 돌아오지 않았고, 여자는 혼자서 음식을 구겨넣고 있었다. 한 시간 이상이 지나서 남자가 돌아왔는데 여자가 그래도 별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뜻밖이었다.
술이 부족했던 후배는 편의점에 들러 안주꺼리와 캔맥주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이 때 시각은 열 시가 다 되었다. 잠시 장단을 맞추던 나는 피로가 급밀려오고, 전날 책을 나르느라 무리를 했고 이날도 장시간의 운전으로 안 그래도 안 좋은 허리의 통증도 심해져서 씻고 자리에 누웠다(장단을 맞추지도 않고 그냥 씻고 자리에 누웠나?) 후배는 의자에 앉아 혼술을 하고 텔레비전을 잠시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방이 너무 뜨겁고(정말 뜨거운 밤이었다) 자는 동안에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심해져서 얼마 자지 못하고(난 한숨도 자지 못한 느낌이었는데, 후배는 좀 잤다고 했다) 잠에서 깨고 말았다. 후배는 프런트에 연락을 해 방이 너무 뜨겁다고 말을 했다. 후배에게 아픈 허리를 달랠 겸 대천해수욕장을 걷고 오겠다고 했다.
26일 오전 1시 20분 경에 숙소를 나서서 식당 골목을 지나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바다를 바라보았을 때 왼편으로 해수욕장 끝까지 가니 바위가 나왔고 야밤이라 바위 위로 올라갈 수는 없었다. 자꾸 걸으니 그나마 허리 통증이 좀 수그러드는 듯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중(늦게까지 안 자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고, 한 곳에서는 여자 두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한 명이 술이 많이 취했는지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기도 했다)에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는 지금 잘 건데, 왜 안 들어오느냐, 는 것이었다. 나는 도착하면 전화를 한다고 하고 해수욕장 뒷편의 도로를 거닐며 숙박시설과 학교 휴양소 등을 구경하며 숙소에 도착해서 전화를 하니 후배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 때 시각은 오전 3시 경이었다). 나갈 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문을 약간 열어둔 것 같은데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올라오면서 보니 호텔 프런트에도 불이 꺼져 있었다.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전화를 걸어 직원을 깨울 수밖에 없었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직원이 프런트 안쪽에서 나와 방문을 열어 주었다.
방으로 들어가자 후배가 그제서야 눈을 떴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그리고 3재가 겹친 밤이 이어졌다. 방은 여전히 뜨거웠고, 또 다시 허리는 아파오고, 숨을 좀 크게 쉬는 정도라던 후배는 천둥소리를 내며 코를 골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마침 [레이더스(인디애나 존스1)]를 하고 있어서 자는 것을 포기하고 옛추억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보았다(내가 고1로 올라가기 직전인 1982년 2월 정도에 개봉한 모양이다. 나는 친구 종찬이와 대구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잡지에서 읽은 이야기들을 친구에게 들려주어 친구를 낯뜨겁게 했다). 나는 자리를 좀 덜 뜨거운 창가쪽으로 옮기고 다시 잠을 청했으나 비몽사몽 하는 가운데 시계는 어느새 여섯 시를 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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