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후배는 열 시가 좀 넘은 시각에 출발했다. 50대 후반과 50대 초반의 두 노노총각의 여행. 첫 목적지는 예전에 KTX를 타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면 우측으로 보이던 [반월호수]로 정했다. 후배 집을 출발하여 안양쪽으로 이어지는 호암로를 탄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 경로는 불분명하다.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며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기 때문이리라. 17번 수원광명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남군포 IC를 빠져나왔던 듯하다. 반월호수로 가는 길에 갈치저수지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저수지가 나와 먼저 거기부터 들렀다(보다 상세한 내용은 갈치저수지 편 참조). 이 뜻밖의 이름은 인터넷에서 조사한 결과 갈대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추위가 가시자 미세먼지가 대기를 덮었고 그래서 사진이 흐리다.
곧이어 반월호수로 향했다. 저수지 상부 도롯가에 차를 주차하고 둘레길을 반시계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제방 쪽에서 보았을 때 왼쪽 편). 후배는 저수지 덕후는 처음 본다며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야 하는 것을 힘겨워하고 있었는데, 후배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제방 위는 한창 개선 공사중이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한 바퀴를 다 도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했다.
여행의 주목적지인 [보령 해저터널]까지는 빠른 길로 가면 두 시간 내외면 도착하기 때문에 우리는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국도를 타고 천천히 가기로 했다. 내비의 안내를 무시하고 39번 국도 수인로를 타고 달리다, 42번 국도, 다시 309번 지방도. 예전 직장이 이쪽에 있어서 이쪽 길을 잘 아는 후배가 이끄는 대로 차를 몰았다. 후배와 이런저런 이야기, 자신이 LG를 그만 두고 중소기업에 들어갔을 때 개발하려고 했던 것, 하지만 기술력과 자본력의 부족으로 결국 실패하고 만 것(브라운관과 LCD, LED 등의 이야기가 꽤 길게 이어졌는데 내가 모르는 분야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빗길 팟홀을 지나면서 차가 미끄러져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갔고 그래서 달려오던 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난 것 등등의 이야기를 듣느라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봉담읍과 장안대학교를 지난 것은 생각이 난다. 나는 이곳을 지날 때 장안대학교가 떠올랐지만, 장안대학교는 안성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떠올랐다(지도를 살펴보니 안성에 있는 대학교는 한경대학교이다).
다시 43번 국도로 들어와 좀 달려가니 엄청 큰 저수지가 오른편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뜻밖의 저수지에 차를 세우고 반농담으로 걸어서 저수지를 한 바퀴 돌자고 하니까 후배가 질색을 했다. 그런데, 이 저수지는 영화 [내부자들]에도 등장한 덕우저수지였다. 다른 저수지들과는 달리 제방을 중심으로 길쭉한 형태가 아니라 옆으로 퍼져있는 그런 형태라 진작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곳이었다. 나중을 기약하며 서둘러 사진을 몇 장 찍은 다음 계속 차를 몰고 나갔다.
43번 국도에서 82번 국도로 다시 39번 국도를 타고 달렸다. 차츰 배가 고파왔고, 후배는 부근에 자신이 가본 맛있는 식당이 있다고 했는데 가도가도 그곳은 나타나지 않았다(후배의 회사가 있던 곳이 청북읍이었나? 벌써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러 세부적인 기억은 흐릿하다). 아산만 방조제를 지나 34번 국도를 타고 가면서 계속 식당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았고, 삽교천방조제를 건너자 우측에 [중화대반점]이라는 꽤 큰 식당이 보여 들어갔다. 나는 짬뽕을 후배는 잡채밥을 시켰는데 시장이 반찬인지 맛이 괜찮았다. 후배는 근래에 먹어 본 잡채밥 중 가장 좋았다, 는 호평을 했다. 거기다 원두커피까지 덤으로 한 잔 마시고 나오니 부러울 것이 없었다.
다시 차를 달려 32번 국도를 달리는데 넓은 저수지가 나와 의아했는데 [성암저수지]였다. 2019년 10월에 서산 마애삼존불을 찾아가다가 들렀던 곳으로 이 때쯤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저수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32번 국도를 타고 서산, 태안을 지나, 다시 77번 국도를 타고 안면대교를 지나 안면도로 들어섰다. 안면도는 1994년, 내가 차를 소유하기 이전에 버스를 타고 와서 일박을 한 것이 처음이다. 밤하늘에 정말로 별이 쏟아질 듯 많았고, 숙소로 잡은 모텔이 도롯가라 잠을 설쳤다. 그리고 방포, 꽂지 해수욕장. 또 [안면도 수목원]에 들어서니 아람드리 소나무들이 언덕길을 호위하고 서 있었고, 공기가 얼마나 맑은 지를 수치로 나타내던 전광판. 수목원 안에는 온갖 재미있는 이름의 나무들이 있어서 나는 그것들을 일일이 수첩에 적기도 했다(그중에 꽝꽝나무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전망대에 올라 서해 바다를 보았는데 잘 보이지도 않고 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아마도 그 때의 여행은 일기 형식으로 간단하게나마 적어두었을 듯한데, 한 번 찾아보아야겠다. 안면읍내에서였는지 튀김닭과 맥주로 저녁을 떼우고 있었는데, 그곳까지 훈련 나온 미군들과 호프집 주인이 의사 소통이 안 되 애를 먹고 있는 걸 도와준 것도 떠오른다. 그 뒤로 안면도를 두어 번 더 찾았는데, 2009년도 정도에 후배 결혼식 참석차 태안에 들렀다가 안면도로 들어와 그 끝인 영목항까지 왔다가 하릴 없이 차를 돌렸다. 라디오에서 컬투쇼를 들으며 눈이 내려 미끄러운 길을 마음도 불안정한 상태에서 불안해하면서 차를 몰던 기억도 난다.
후배와 난 이윽고 [안면도 수목원]을 지났다. 내비에 또 상당히 큰 저수지가 떠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것을 누르면서(이 저수지는 대야저수지였다. 다음날 아침에 이 저수지를 찾았는데 이 저수지를 발견한 것이 이번 여행의 큰 수확이었다) 달려나가자, 도로 좌측에 저수지가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차를 세우고 사진을 몇 장 찍으며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름이 왜 지포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명한 지포 라이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직사각형 모양이지만 도로에서 보았을 때 안쪽, 그러니까 야산이 있는 쪽은 굴곡이 다소 심했다. 여름이면 연잎이 저수지를 뒤덮는 모양이었다(다음날 아침에 나는 이 저수지를 다시 찾아 다른 지점에서 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다시 차를 몰아 나가자 드디어 눈앞에 원산안면대교가 보였다. 3시 57분. 정말 많이 돌아왔고, 원산도는 처음으로 찾아가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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