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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2022년 5월 탁신 정기모임 후기(20220521)

by 길철현 2022. 6. 3.

 

[정기모임과 상관 없는 글] (왠만하면 읽지 마시오)

 

최근들어 호수 기행문을 쓰느라 여념이 없어서(그런데도 작년 8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의 기행문은 밀려있는 상태이고, 최근 4박 5일간의 팔당호 여행도 정리를 해야한다) 탁구 관련 글은 거의 올리지 않았다. 그래도, 간략하게나마 탁구일지는 꾸준히 적고 있다는 게 위안이다. 어머니 간병으로 탁구의 흐름이 중간중간 끊기고, 거기다 지난 5월은 엘보로 운동을 거의 못해 탁구 실력이 많이 저하되었다(누구는 3년만에 친다고 하던데 우승하더구만). 엘보가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운동을 삼갔는데 다행히도 엘보는 악화되지는 않았고, 정이 형의 조언을 따라 보호대를 하고 진통소염제를 먹고 쳤더니만 5일 연속 운동을 했는데도 괜찮다(6일 연속으로 쳤더니만 팔이 좀 아프다). 일요일 저녁이면 다시 병원에 들어가야 하니 들어가기 전에 부지런히 쳐야 할 것이다. 

 

지난 4월부터 오늘(6월 3일)까지 4번 탁구장 시합을 나갔는데 그 중에 두 번 입상을 했다. 탁신 멤버들과 관련이 있어서 간단히 적어본다. 

 

- 4월 10일. [참좋은탁구클럽]. 공동우승

이날 시합에서는 예선전에 하위부로 떨어질 뻔 했다. 내 드라이브가 약하기도 하지만 하수들이 쉽게 받을 정도는 아닌데 너무나 쉽게 받고 역습까지 했다. 2게임을 지고 라켓을 봤더니 러버가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다시 붙이고 시합을 했는데 그 다음 상대도 만만치는 않아서 3대 2로 신승을 했다. 3명이 동률이 나왔지만 내가 그 두 사람을 모두 이겼기 때문에 조2위로 상위부 본선에 진출했다. 

 

그런데, 본선1회전 상대가 황성욱이었다. 성욱이에게 좀 밀리는 감이 없진 않지만 핸디를 2알 받기 때문에(성욱이는 대구 2부, 나는 3부) 수월하지 않을까 했으나 전에도 한 번 1대 3으로 진 적이 있어서 긴장을 하고 들어갔다. 두 세트를 쉽게 따내 무난히 이기는가 했으나, 3세트부터 성욱이가 갑자기 돌변하더니만 공격이 날카롭게 들어와 디펜스로 버티기엔 한계가 있었다. 3,4세트를 내주고 5세트는 침착하게 게임을 운용해서 8대 4까지 앞섰는데, 성욱이가 또 한 번 돌변을 하는 바람에 4점을 연속 내주고 말았다( 8대 7 상황에서 왼쪽으로 짧게 서브를 넣었는데 백플릭인지 드라이브인지 원빵을 날리는데 어안이 벙벙했다). 또 다시 지는가 했는데 성욱이가 공이 하늘로 치솟는 어이없는 서브 미스를 하고 해서 연속으로 3점을 쉽게 땄다. 승리의 기쁨(일말의 미안함?)을 만끽하고 있자니 성욱이가 와서 체력적 부담 때문에 나에게 양보를 했다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성욱이와 게임을 하는 가운데 몸이 쫙 풀린 나는 이후 16강, 8강, 4강을 모두 수월하게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대구의 탁구장 리그에서는 재미있게도 결승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날 시합도 결승전을 하지 않아서 공동우승을 했다. 

 

- 4월 30일. [데스티니스포테인먼트 2인단체전] 3위

상금이 괜찮은 초청 시합이 있어서 재성이를 꼬셔서 나갔다. 어머니 간병 때문에 2주간 병원에 있다가 나가니 연습할 시간이 1주일도 안 남았는데, 갑자기 무리하게 친 탓인지 심하진 않지만 엘보 증상이 찾아왔다. 중간에 하루를 쉬고 진통소염제를 먹었더니 통증이 별로 심하지 않아 시합은 큰 무리없이 치뤘다. 하지만 이제는 오픈4부로는 약체인지 예선전부터 본선 준결승전까지 단식은 딱 한 게임만 이기고 다 지고 말았다. 그나마 재성이가 단식을 잡고, 복식 시합에서도  파워드라이브로 득점을 해주어서 어렵게 어렵게 올라갔다.

 

8강전에서는 7부로 이루어진 팀이라 합 부수가 14부이고, 우리는 합 부수가 5부라 부수대로라면 9점을 주어야 했지만, 최대 핸디가 4점이라 어렵지 않을 듯했는데, 여자분이 상당히 잘 쳐서(백핸드가 특히 좋았다) 질 뻔했다. 첫 세트를 6대 11로 내주고, 그 다음 세트도 5대 10으로 패색이 짙었으나 가까스로 잡아내 1대 1을 만들었다. 3세트를 우리가 따냈지만 4세트를 내주어서 다시 2대 2, 마지막 세트에서는 우리가 앞서 나가 승기를 잡았으나 이 팀의 끈기도 대단했다. 10대 8 상황에서 재성이의 강한 드라이브를 여자분이 강하게 막아내는 바람에 10대 9가 되었고, 마지막 서브에서는 재성이가 회전성 서브를 넣어 뜬 공을 내가 드라이브를 걸어 득점을 했다. 준결승전에서는 재성이가 2부의 강자인 정문관에게 지고, 나도 6부인 홍승준에게 5세트까지는 갔으나 석패하고 말았다.

 

연습량의 부족, 나이, 몸 컨디션 등이 과연 4부로 버틸 수 있는가에 의문을 던지게 한 시합이었다. 그럼에도 고군분투한 재성이 덕택에 3위에 입상하여 30만 원의 상금을 득템했다.

 

[정기모임]

 

코로나가 많이 완화되어 지난 4월에 이어 5월에도 모임을 갖게 되었다(지난 4월 모임은 간병 기간과 겹쳐서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번 모임은 엘보로 운동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 간병을 마친 다음날이 모임이라 성적에 대한 기대는 버리고 오랜만에 회원들을 만난다는 기대를 안고 토요일 아침에 대구에서 서울로 향했다(전날 탁구장에서 탁구를 좀 쳤는데 볼이 영 맞질 않았다). 

 

하남의 신도시인 감일동에 자리한 [유로파 탁구클럽](여담이지만 이 탁구클럽의 관장인 신승학이라는 분은 소싯적에 서봉수 9단과 2점 접바둑에서 대승을 거두기도 한 아마추어 바둑의 초강자이다)에 2시 20분 쯤 도착하니 김진황과 김동욱이 열심히 몸을 풀고 있었고, 다른 회원들도 속속 도착하였다.

 

참석자 -- 이익범, 서충신, 이재석, 길철현, 이용주, 김진황, 김응배, 신준기, 안진호, 김동욱, 김진우, 이명덕, 송민경(손님)

(진황이는 제자들과의 모임이 있어서 연습만 하고 갔고, 응배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처음으로 모임에 참가했다. 그만큼 코로나가 누그러졌다는 말이리라. 명덕이는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참가하였다. 진우가 최연소자인데, 45살이다. 고령화 탁구 동우회.)

 

개인 단식 (늦게 마치지 않기 위해 3시 정각에 시합에 들어갔다)

 

예선전 결과 

 

[A조]

 

[B조]

[C조]

[개인 단식 예선전]은 시간 관계상 3세트 게임으로 진행했는데, 주목할 만한 시합은 A조에서는 동욱이가 송민경 코치를 이긴 것, B조에서는 재석이 형과 용주의 시합이 접전이었고(두 사람은 단체전에서도 피가 튀었다), C조에서는 충신이 형이 3전 전승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첫 시합에서 명덕이를 2대 1로 다소 무난하게 이겼으나(3알 핸디를 주고 칠 때는 이기기가 힘들었다), 충신이 형과의 시합에서는 서브를 엄청 탔고, 진호와의 시합은 게임도 안 되게 졌다. 

 

- 본선 결과

[본선 토너먼트]에서는 송민경 코치가 진호를 이겼고, 용주와의 시합에서도 앞서 나갔으나 결국에는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이날 게임의 하이라이트이자 이변은 동욱이가 예선전부터 조2위를 하더니만, 신준기, 서충신, 이재석을 차례로 꺾고 결승까지 올라간 다음, 단식 결승과 단체전을 묶은 시합에서 예선전에서 게임도 안 되게 졌던 진우를 쉽게 이기고 우승을 했다는 것이다. 동욱이는 3년만에 처음 라켓을 잡는다고 했는데, 2020년 5월 정기 모임 때 라켓을 잡았으므로 만2년만에 라켓을 잡은 셈이니 대단한 이변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동욱이가 플레이를 단순화시켜 주로 긴 서브를 민 러버와 롱을 섞어서 넣으니까 사람들이 탔고, 또 거기다 원래 디펜스가 좋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당황해했다. 거기다 간간히 스매싱과 드라이브를 섞어 공격을 한 것도 좋았다. 동욱이는 탁신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우승을 해서 무척이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는 응배와 1회전에서 맞붙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쉬운 볼도 미스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우승    김동욱

준우승 김진우

동3위  이용주, 이재석

 

- 단체전

[단체전]은 3명 4팀이 풀리그를 하는 대신에 시간과 체력은 감안하여 3세트로 진행했다(D조는 두 명이라 한 명이 두 번 뛰도록 했다). 강자 두 명이 포진한 D조가 2승 1패로 조1위를 차지했다. 

 

나도 시합을 하느라 다른 팀의 진행 상황은 잘 알 수가 없어서 우리 팀 경과만 적어본다. 첫 게임 상대는 B조였는데, 동욱이는 예선전에서 이겼던 송민경 코치에게 지고 말았고, 재석이 형도 예선전에서 이겼던 용주를 만나 3세트에서 15대 17(14대 16?)으로 석패하고 말아서 나는 칠 기회도 없었다. 그 다음 시합(A조)에서는 응배를 다시 만났는데 0대 2로 나가 떨어졌다. 동욱이는 충신이 형을 만나 1대 1, 10대 4로 앞서서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서 내리 8점을 내주고는 지고 말았다. 마지막 게임에서는 동욱이가 진우를 잡고, 진호를 만난 나는 이판사판으로 길게 넣고 스매싱을 했더니 진호가 당황하는 바람에 2대 1로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마지막 게임은 순위와는 상관이 없었다. 그래도 나로서는 1승을 더 추가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시상식 사진] (그 밖의 시합 사진은 카페의 [탁신 동호회 사진]을 볼 것)

 

 

[뒷풀이]

뒷풀이는 [통통삼겹살]에서 1차를 한 뒤, 탁구장 밑 호프집에서 2차를 했다. 호프집에서는 탁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열띤 논의가 있었는데,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코로나가 이제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우리 정기모임도 정상화 되어가고 있어서 다행스럽다고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