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좀 복잡하다.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아니 꼭 써야하는 것인지? 내 떠돔을 기록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일단 여정을 정리하는 수준 정도라고 생각하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른 장소에 대한 간단한 인상을 적는 정도에 집중하자. 벌써 시간이 또 많이 지났다.
엘보로 탁구를 놓으면서 내 생활도 중심을 놓친 그런 느낌이다.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그것에 맞서려고 애를 쓰기도 하면서 많이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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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8일
(18일 경로 : 색동나염 - 국채보상로 - 와룡로(서대구역) - 북비산로 - 서대구IC - 김천IC - 연화지 - 대학로 - 다삼로 - 영남대로(4) - 직지로, 황악로(903) - 직지저수지 - 직지사, 사명대사공원 - 황악로(903) - 괘방령로(514/906) - 강진저수지 - 민주지산로(49 우회전하여 매곡면 시내 방향으로) - 소계로 - 영동황간로 - 황간로(901) - 월류봉길 (둘레길 [여울소리길] 좀 걸음) - 황간로 - 백화산로 - 반야사 - 황간으로 돌아나와 4번 국도를 타고 영동으로 향함 - 모텔을 찾아 영동 읍내를 두어 바퀴 돔(J호텔은 방이 없어서 몽블랑모텔에서 일박)
비산동에 있는 '색동나염'에서 등판 작업을 맡긴 유니폼을 찾은 다음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일단 김천이 고향인 선배가 말한 직지사 부근의 저수지를 찾아가볼 생각이었다(진작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번번이 무위로 돌아가다가 이날 드디어 찾게 되었다). 김천IC를 빠져나오다가 IC 부근 북쪽에 있는 연화지를 먼저 찾아가보기로 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날 때면 내비에 늘 뜨는 저수지라 한 번 둘러보았는데, 연화지는 그냥 소류지가 아니라 조선시대 초기에 조성된 유서 깊은 곳인데다 김천의 명소 중 한 곳이었다. 평일인데도 주차한 차량들이 많아 길 끝에다 차를 세우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를 돌았다. 연꽃은 이미 거의 지고 연이 저수지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저수지 본연의 매력을 크게 느낄 수는 없었으나 저수지 중앙에 조성한 인공섬들과 봉황대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그 역사가 오래된 것이나 인공섬 등은 경남 창녕군 영산면의 연지를 떠올리게 했다. 이안눌의 시, 그리고 김천 출신의 현대 시조 시인인 장정문의 시 몇 편, 또 연화지 바로 옆에 위치한 김천예술고등학교 출신의 김호중 등을 이곳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조금 덥긴 했지만 태양이 뜨거운 때를 좀 지난 오후라서 걸을만 했다.
4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903번 지방도 황악로로 꺾어서 좀 나아가니 오른쪽으로 직지저수지 제방이 보였다.
김천이 고향인 선배가 괜찮았다고 해서 찾아본 저수지인데, 가뭄으로 물이 많이 준데다가 물도 맑지 않아서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야산을 따라난 저수지 오른편(제방 기준) 둘레길은 운치가 있는 곳이었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데에는 30분 정도 걸렸다.
직지사는 아주 오래전에(십 년도 더 전에) 찾은 적이 있는데, 제대로 둘러보지는 않았던 듯하고, 건물들이 뭔가 엄청나게 크다는 느낌만 남아 있었다. 요근래에 직지사와 관련해서 높은 목조건물을 방송 등으로 많이 접한 것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해서 직지저수지를 찾은 다음 이곳으로 향했다(야경으로 특히 유명한 이 건물은 사명대사공원에 있는 '평화의 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먼저 직지사 옆에 있는 사명대사공원으로 향했는데 상당히 커서 걸어서 구경하기에는 좀 무리일 듯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단 직지사부터 보기로 했다. 유홍준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한국 사찰의 가람 배치를 두고 극찬을 하지만 정신적으로 좀 다운이 되어 있던 나에게는 사찰이라는 것이 거기서 거기고 사찰을 도는 것도 힘겨운 의무적 행위에 더 가까웠다(요즈음 들어 더 강해진 종교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하고 있으리라). 내 기억 속의 직지사와는 달리 직지사는 약간 오르막을 올라간 곳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건물들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외국인들도 몇 명 눈에 띄었다. 금발의 젊은 여성은 스케치북에 대웅전인가를 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무엇을 그리는지 보고 싶기도 했지만 방해가 될까 그냥 지났다.
천년 고찰이긴 하지만 직지사가 왜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찰인가 하는 점은 잘 모르겠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명대사가 이곳에서 출가를 했다는 사실도 이 절의 유명세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좀 세속적이긴 하지만 유명세에 비해 국보는 없고 보물만 여러 점 있었다. 대웅전을 비롯하여 절 마당에 있는 탑들도 보물이었는데, 별다른 설명이 없어 나는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비로전을 지나 남월료, 만덕전으로 오자 예전에 나를 놀라게 했던 웅장한 건물들을 다시 대하는 느낌이 다소 살아났다.
사명대사공원의 원래 명칭은 '하야로비공원'이었으나, 해오라기의 옛말인 하야로비가 일본어 어감이 있다는 의견 때문에 새로 명칭을 공모하여 이 공원 옆에 위치한 직지사에서 출가한 고승이자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사명대사의 이름을 딴 명칭이 선정되었다. 직지사에서 나오자 날도 저물어 가고 몸도 피곤하여 멀리서 '평화의 탑'만 사진에 담았다.
이곳까지 온 김에 '세계도자기박물관'에도 한 번 들러보려고 했으나 이미 문이 닫혔는가 그랬다. 이 박물관 뒤편에는 언론인이었던 최석채 기념비가 있었고, 그 뒤로는 김천 출신의 현대시조 시인인 백수 정완영의 삶과 작품을 소개하는 '백수문학관'이 있었으나 이곳도 사진만 찍고 발길을 돌렸다.
다시 돌아나와 직지저수지 옆으로 난 514번 지방도를 타고 올라가자 충청북도 영동군으로 들어서게 되었고, 괘방령 정상에 도달했다. 괘방령은 이 길을 넘으면 급제한다는 설이 있어서 '조선시대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다니던 길로 유명하다'고 한다.
월류봉(1월 17일) 21년 12월 24일 오후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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