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여관에서 나는
제임스 조이스의 후손을 만났네
내가 시를 쓴다고 하자 그는 물었네
오늘 교토의 낯선 아침이 그대에게 영감을 주었는가?
그대가 여기서 말도 안 통하고 매 순간 배제되고
나는 배제되었어요,라는 말조차 하지 못할 때
그대는 여전히 유머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바로 나처럼 말이지, 하하!
사실 Mr. Joyce는 술주정뱅이였던 거라네
교토에 술 마시러 왔나 싶을 정도로
나만 보면 술이나 같이 마시자고
모든 작가는 애주가고
모든 위대한 작가는 알코올 중독자라고
내가 마감을 핑계 대면
Fuck deadline! Come on! Let's have a drink!
사실 Mr. Joyce는 심심했던 거라네
같이 담배나 말아 피우면서
자신이 얼마나 옆방의 시끄러운 프랑스인들을 혐오하는지
자신이 얼마나 옆 나라의 거만한 영국인들을 증오하는지
내게 토로하고 싶었던 거라네
알기나 해? 조이스의 언어는
영국 놈들의 말에 저항하기 위해 고안됐던 거라고
의식의 흐름이라고? Bullshit!
사실 Mr. Joyce는 허풍선이였던 거라네
이 세상의 조이스들은 다 친천이라 떠벌이며
그는 제임스 조이스의 시구를 읊어댔네
그는 심지어 자기가 썼다는 시도 읊어댔네
이 구절이 특히 아름답지
잘 들어보라고
이 기막한 운율에 귀 기울여보라고
Irish 어쩌고저쩌고......
나는 하나도 못 알아먹었네
사실 Mr. Joyce는 외로웠던 거라네
그는 내게 속삭이듯 말했네
The Humor of Exclusion
다음에 쓸 자네의 시 제목이라네
이 제목으로 맘대로 쓰시게
내가 줬다고 밝힐 필요도 없다네
이건 내가 자네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니까
Mr. Joyce는 내게 찡긋 윙크를 던졌네
사실 Mr. Joyce는 슬펐던 거라네
그는 사뭇 진지한 어투로 말했네
모든 죽은 아이리쉬는 두 개의 관이 필요하다네
하나는 육신을 담고
다른 하나는 눈물을 담을
하지만 제기랄,
둘 중 하나는 꼭 너무 일찍 채워지지!
사실 Mr. Joyce는 다만 분노를 가눌 길 없었던 거라네
밤마다 자전서 타고 술 마시러 나간 Mr. Joyce가
돌아올 대는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었네
골목 어귀부터 들려오는
Fuck! Fuck! Fuck!
누구나 알아듣는 그 말
그건 우리의 Mr. Joyce가 눈앞에 늘어 선
어둠의 모가지들을 하나하나 분지르며
위풍당당 귀환하는 소리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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