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단식 후 목욕재계하고 새벽빛을 벗 삼아 이 글을 쓴다. 펜홀더 전형에서 셰이크핸드로 바꾼 지도 어언 26년, 탁구에 내 청춘과 정열과 재산 모두를 바쳤건만, 탁구는 무정한 여인처럼 가뭄에 콩 나듯이 손을 내미는 기미를 보이다 등을 돌리고 말았다. 한 마디로 탁구를 향한 나의 정열은 백 권의 책으로도 다 쓰지 못할 정도이건만 실상은 바닥을 기는 달팽이에 지나지 않았다.
돌파구를 모색하고 또 모색하던 와중에 한 달 전 문득 지난 20년 간 몸담아 온 탁신 멤버들 중 왼손 펜홀더 전형의 회원들이 탁구 실력도 출중할 뿐만 아니라 인품 또한 타의 모범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여 탁구의 신에게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리며 왼손 펜홀더로의 전향을 맹세하게 된 것이다.
한 달 간 맹훈련을 한 결과 나는 포핸드와 쇼트, 카트는 물론, 스매싱과 드라이브도 구사할 수 있게 되었고, 실력도 어느새 10부에서 9부로 올라서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부수 씩 올라간다면, 아니 가속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조만간 한 달에 두 부수, 세 부수도 가능할 것이므로 6개월 정도만 지나면 1부까지 박차고 나아갈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나에게 피눈물을 선사하였던 탁신 멤버들, 특히 선출임을 내세워 장대한 기골로 나를 골탕 먹인 김**, 백핸드 하나로 먹고사는 송**, 대포알 좌우 드라이브로 나를 한없이 초라하게 한 탁*, 카트 하나로 날로 먹는 서**, 되지도 않는 서브로 내 정신을 혼미하게 한 황**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6개월이면 충분하겠지만 여러분의 자존심을 배려하여 1년 후 타이틀 매치를 제안한다. 전 재산을 걸고(재산이 보잘것없다면 목숨을 걸고) 일생일대의 시합을 벌이자.
이 시합은 머스크와 저크버그의 결투를 훌쩍 뛰어넘는 세기의 대결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진지한 이 제안을 헌 신짝 취급을 하는 자는 무간지옥으로 떨어져 영겁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마지막으로 이 글은 탁구 실력이 출중할 뿐만 아니라 인품 또한 타의 모범이 되며, 드라이브는 물론 드라이빙에도 탁월한 김**의 조언을 받아 쓴 것임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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