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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2023 탁구 이야기 - 제2회 (사)통일로스포츠연맹배 그린 탁구대회(0617) 참가 후기, 내 경기와 탁신 경기를 중심으로

by 길철현 2023. 6. 21.

원래 이 날은 우리 탁신의 월 정기모임일이었는데 동호회 회원인 김태신이 이 대회를 개최하여 모임 대신에 12명이 이 시합에 참석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오픈 시합과는 달리 선수부부터 4부까지 함께 하는 게임이라, 잘 치는 사람들이 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기대는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참가 선수들의 면면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게임에 대한 1퍼센트의 기대도 버리고 전날 대구에서 열리는 리그전에 참가하여 열 게임이나 했다.

 

(탁신 이름으로 마지막으로 나간 대회는 4년 전인 2019년 9월에 있었던 '한국자연경관배 탁구대회(의왕시대회)'였다. 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참가한 대회는 같은 해 6월에 열린 '수원홍재배'였다. 이 대회에서 김진황은 50대의 나이가 무색하게 강자들을 꺾고 준우승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때 참가했던 젊은 친구들, 이도현과 전준협은 4부에서 2부로, 송재현은 3부에서 2부로 올라간데 반해, 우리 탁신 멤버들은 간신히 4부를 유지하고 있거나, 3부에서 4부로 내려오고 말았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럼에도 이들을 이길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당시 대회 후기를 적어놓은 것이 있어서 함께 읽으면 흥미로울 듯하다. https://kilchy.tistory.com/2240)

 

리그전을 마치고 대구에서 저녁 7시에 출발하여 청주에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시합이 열리는 안양 호계체육관으로 향했다. 오픈부 시합은 9시 30분부터였으나 일찍 도착하여 지역부 시합을 하기 전에 몸이나 좀 풀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미 주차장은 만차였고 도로에 차를 주차하고 체육관으로 들어가니 지역부 시합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거기다 공지에 시합구가 넥시라는 것을 확인하고 지난 2주 정도 이 공으로 연습을 했는데, 공 수급이 안 되어 1주일 전에 DHS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어차피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그냥 즐기다? 가면 될 터인데 그래도 기분이 좀 씁쓸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탁신 이름으로 참가한 대회인데 나이는 대체로 50대 후반, 부수는 4부인 다른 멤버들도 기대치가 높을 수는 없었다. 우리가 유일하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1부 2명과 최강복식조로 구성된 A팀이 단체전에서 성적을 내주는 것이었다. 

 

- 개인전 예선(나)

시간 관계로 예선전은 3판2선승제로 진행되었다. 우리 조의 다른 두 사람은 펜홀더 전형이었는데, 어차피 선수부 강자인 문영상은 이기기 힘들테니까, 같은 4부인 최삼능이란 분과의 경기가 관건이었다. 시합 전날 이 분이 시합하는 걸 보았는데 서브를 길게 넣고 스매싱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한 방만 맞지 않으며, 혹은 한 방만 받아내면 부가 있을 것도 같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1세트를 11대 7 정도로 이길 때만 해도 맞아들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2세트는 8대 11인가로 지고, 3세트는 5대 11로 힘없이 지고 말았다. 역시 실력 미달인가? 하는데 이 분이 문영상도 2대 0으로 이기고 조1위를 확정했다. 

 

문영상과의 게임에서 나름대로 사력을 다해 쳤으나 역부족이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문영상도 사력을 다했고, 그래서 첫 세트(5점 핸디)에는 2점을 먼저 따 기분 좋게 출발을 했으나 거기에서 한 점을 더 따는데 그쳤고, 2세트에서는 한 점밖에 따지 못했다. (문영상과의 시합은 아는 후배에게 부탁을 해서 찍어 두었다.) https://kilchy.tistory.com/4990

 

아무리 기대를 안 한다고 해도 너무 무참한 결과에 내 탁구에 대한 실망감과 또 두어 달 열심히 운동한 것에 대한 아쉬움 등이 몰려왔는데, 나중에 보니 이 최삼능이라는 분은 이 쟁쟁한 대회에서 개인전 준우승을 차지한 강자였다.

 

- 탁신 멤버들 개인전

예상과는 달리 탁신 멤버들은 대체로 예선을 통과했으나(11명 중 8명) 대부분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하고, 김태원과 안진호만이 2회전까지 올라갔다. 1부의 강자인 황재성은 8강전에서 현재 최강자 중 한 명인 이도엽을 만나 패하고 말았다.  

 

- 단체전 예선(탁신 C)

탁신 C팀은 나를 포함해 김응배(3), 김진우3), 이재석(4)이었다. 일단 예선을 통과한 김응배와 이재석이 단식을 치고, 김진우와 내가 복식을 치기로 했다. 나는 복식에 취약하지만 그래도 최근 들어 복식 게임을 좀 한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첫 게임의 상대는 헬로로 젊은 친구들이었다(그 중 한 명은 고대 탁구사랑회 후배인 송광현이었다). 1번으로 나간 김응배가 이도현(2)과 비등한 게임을 했으나 결국에는 밀렸다. 복식에서는 김진우와 내가 호흡이 맞지 않아 배지환(2), 송광현(3)에게 0대 3으로 지고 말았다. 그리고, 점수제라 3번까지 시합을 하기로 되어 있어서 3번 단식에서 이재석이 장하석(2)에게 패해 게임 스코어는 0대 3이었다. 젊은 친구들은 선수 생활을 하지는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볼이 세고 몸이 빨라 우리가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 번째 상대는 수비N공으로 이 팀과의 시합에서 최소 2점을 따내야 예선 통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1번 단식을 김진우가 나갔는데 선출인 조재국을 잡아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복식은 김응배와 내가 뛰었는데, 박주한(2), 이종엽(2) 조를 3대 1로 꺾었다. 김응배가 잘 쳤고 나도 어려운 공을 몇 개 살려내 승리에 일조를 했다. 일단 2점을 따서 헬로가 수비N공을 잡아준다면 예선 통과였다. 마지막 게임에서 이재석은 이회영(1)이 깎은 공을 무리하게 결정타를 내려다가 실수를 많이 하는 바람에 석패하고 말았다. 

 

기대대로 헬로가 수비N공을 잡아 주어 우리는 조2위로 본선에 올라갔다. 그리고, 두 번째 게임 복식에서 거둔 승리는 결과적으로 나의 유일한 승리가 되었다(아무리 즐기다 간다 해도 전패는 안 된다고 속으로 되뇌었는데 다행이었다).

 

- 탁신A, 탁신B

탁신A는 젊은 피인 김이레(1)가 단식을 잡아주고, 아시아 최강? 복식조인 김병규(3)와 김석태(3)가 복식을 잡아주어 여유 있게 조1위로 본선에 진출했고(첫 번째 게임에서 말번으로 나간 황재성이 수비수 여자 선출과의 게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12대 14인가로 지긴 했지만 대세에 관계가 없었고, 두 번째 게임에서는 1번 단식과 2번 복식에서 이겨서 3번 단식은 치지도 않고 조1위가 확정되었다), 탁신B도 이용주(4),김태원(4) 조가 호흡이 잘 맞아(이용주가 볼을 까다롭게 넘기면 김태원이 대포알 포핸드드라이브로 득점을 하는 방식으로) 두 게임을 모두 따내고, 서충신(4)의 까다로운 서브는 선수들도 타서 역시 조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 단체전 본선 1회전(탁신C)

본선 1회전 상대는 탁구닷컴A였다. 1번 단식에서 이재석이 탁신 멤버이자 대회 개최자인 김태신(1)을 3대 1인가로 이기는 이변을 연출해서 우리가 잘하면 올라갈 것도 같았다. 3번 단식까지 동시에 들어간 시합에서 3번 단식에서 1대 2로 지던 김진우가 이상준(1)에게 4세트에서 17대 19인가로 지는 바람에, 나와 김응배의 복식이 관건이었다. 김종순(4), 이주영(4) 복식조와의 게임에서 첫 세트를 쉽게 따내 게임이 쉽지 않을까 했으나, 김종순의 공이 좀 이상했다. 알고 보니 뒷면이 롱이었는데 말을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2,3세트를 내주면서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4세트를 따내 다시 게임의 균형을 잡았다. 5세트에서도 우리가 좀 밀렸으나 끈질기게 따라 붙어 9대 10까지 만들었다. 김종순의 서브를 그냥 커트를 대주었다가는 두들겨 맞을 듯하여 내가 힘껏 걸었음에도 네트를 넘기지 못해 패하고 말았다. 

 

- 탁신 A, 탁신B

탁신A는 부전승으로 곧바로 8강으로 가서, 탁구닷컴A와 8강전을 했다. 김이레(1)가 이상준(1)에게 석패하고, 아시아 최강 복식조인 김병규(3), 김석태(3) 조가 뜻밖에도 김종순(4), 이주영(4) 복식조에 0대 3으로 패하는 바람에, 황재성(1)은 뛰어 보지도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다. 

 

탁신B도 부전승으로 곧바로 8강으로 갔는데, 선수와 1부로 이루어진 이경록탁구, 문영상(0), 오동근(0), 문석준(1), 박영진(1)을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이 게임은 씻고 반성의 시간을 갖느라 보지 못했다. 하지만 4강전에서는 탁신C팀이 무참히 진 헬로를 만나 석패하고 말았다. 

 

그렇긴 해도 예상밖으로 탁신B가 3위에 입상했고, 대부분의 멤버들이 개인전 예선을 통과해서 노쇠한 우리 탁신이 아직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