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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2023년 탁구 이야기 - 드매싱을 아시나요?(0523)

by 길철현 2023. 5. 23.

(유튜브를 비롯하여 인터넷에 드매싱에 대한 설명이 없는 듯하여 간략하게 몇 자 적어봅니다.)
 
45년이 넘어가는 내 탁구 이력에서 나는 줄곧 방법론보다는 연습을 강조해왔다. 탁구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파워보다는 기술력으로 버텨야 할 나이이므로, 연구하는 탁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나의 긴 탁구 이력에 있어서 가장 난제는 YG서브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15년간 이 YG서브는 유튜브를 참조하고, 또 YG서브를 잘 구사하는 코치와 탁구 동호인들의 조언을 들어가며 연습을 해 왔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구사할 수가 없었다. 한 마디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풀 수 없는 올림피아드 최난위도 수학 문제처럼 나를 좌절시켰다(한 10년 쯤 연습을 했을 때 혹자는 '며칠 연습한 듯 엉성하네요'라고 말해 나를 두 번 죽였다). 오랜 숙고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손목의 유연성이 떨어져서 강한 커트를 넣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정도로 나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계속 연습해 나가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나는 남자로서는 특이하게도 주로 드라이브로 선제를 잡고 스매싱으로 득점을 하는 전형이라 커트볼을 채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그래서 커트가 강한 사람에게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포핸드의 경우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보완이 되었으나 백핸드의 경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또 혹자는 나에게 '니 백핸드드라이브는 드라이브가 아니야'라는 돌직구로 나를 엿먹이기도 했다). 
 
거기다 커트가 많이 먹지는 않지만 빠른 박자로 길게 밀어 탁구대 끝부분 가까이에 떨어지는 공도 처리하기가 어려운 것 중의 하나인데, 현재 레슨을 받고 있는 젊은 코치가 효과적인 타법을 알려주었다. 포핸드이든 백핸드이든 이 경우에는 '드매싱'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드매싱이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으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쉽게 추측할 수 있듯이 드라이브(drive)와 스매싱(smashing)의 합성어이다.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공이 밀려나오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 힘을 역이용해서 드라이브 스윙을 하는데 공을 약간 밀고 나가며 때려주면 의외로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트 스트로크와의 차이는 일차적으로는 스윙 방식이겠지만, 공이 맞는 부분을 놓고 말하자면 공을 이등분했을 때 윗부분을 맞으면 드매싱, 아랫부분을 맞으면 커트 스트로크라고 보면 된다. 사족으로 몇 마디 덧붙이자면 일반적인 드라이브보다 공을 두텁게 맞춰야 하며, 또 커트량이 많을 수록 더 많이 받쳐주고 스윙 스피드도 더 빨라야 한다. 스트로크로 칠 때에도 끊어치는 것이 아니라 밀고 나가며 때리는 느낌이어야 할 듯하다.
 
30년 전 쯤 드라이브의 드자도 모르고 스매싱만 하던 나에게 당시 나의 코치님은 커트볼을 '굴려서 치라'고 했다. 나는 왜 커트된 공을 받쳐서 스트로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굴려서 치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 의문은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코치님이 한 이야기가 바꿔 말하자면 드매싱이라는 걸 이제야 분명히 깨닫는다.
 
* 스리버는 버터플라이 사의 러버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인데, 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우리나라 탁구인들은 주로 이 러버를 사용했다. 이 러버의 영어 표기는 sriver로 아마도 smashing 혹은 speed와 driver의 합성어가 아닌가 한다. 따라서 스라이버라고 읽는 것이 맞을 듯한데 관용적으로 워낙 굳어져 버려서 바꾸는 것도 쉽지는 않을 듯하다. 이 스리버(혹은 스라이버)라는 상표명에서도 드매싱처럼 기술을 일컫는 말은 아니지만 스매싱과 드라이브 둘 다를 커버하거나 둘을 합쳐보려는 욕망이 드러난다. 
 
P.S. 이 글을 써서 내 동호회 단톡방에 올렸더니 혹자가 "아직도 초보스런 야그를 하고 있"다고 나를 다시 한 번 죽인다. 나는 오늘도 죽고 또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