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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2023년 탁구 이야기 -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0717)

by 길철현 2023. 7. 17.

스포츠는 사람들을 강하게 결집시키는 힘이 있다. 현재의 남북 관계는 극한대치라는 말이 심하지 않을 정도로 냉랭하지만, 32년 전 4월 29일 남북 단일 여자팀이 세계 최강인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은 현정화의 말처럼 '작은 통일'이었다. 이보다 며칠 전 명지 대학교 학생인 강경대가 시위 중 백골단에 무자비하게 폭행 당해 사망을 해 어수선 했고, 또 중간 고사 기간이라 제대로 시청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학생 식당에 있는 작은 텔레비전 앞에 둘러선 사람들 틈에서 결승전 마지막부분을 시청하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이날 일기에 나는 그 때의 감동을 짤막하게 몇 줄 적어두었다.

 

맺히는 눈물처럼

낭자들,

그대 자랑스런 단군의 딸들

해내었고나, 

기어코 

엮었구나.

 

다소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현정화의 "퍼펙트탁구교본"을 읽다가 그녀가 그때의 감격을 기록한 부분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도 옮겨본다.

 

"오, 코리아!" 벅찬 감격을 함께 나누었던 남북 단일팀

 

1991년 3월 25일 일본의 작은 기차역에서 남한의 탁구 대표팀과 북한의 대표팀은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지바에서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 단일팀으로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한 달 동안 지바 근처에 있는 작은 도시에서 합동 훈련을 한 뒤 16일간 열리는 세계대회에 참가했다. 처음에는 서로의 사상과 문화, 그리고 훈련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훈련장에서는 경계의 눈길과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훈련의 날짜가 하루하루 지날수록 서로의 마음이 열렷고 선수들 사이에 거리감이나 라이벌 의식도 없어지면서 우리는 서서히 한 팀이 되어 갔다. 

그리고 드디어 '코리아'라는 이름의 남북 단일팀으로서 하나의 깃발을 흔들며 경기에 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우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서로에게 진정으로 힘이 되어 주기 위해 노력하며 한 팀의 동료로서 온 마음을 다해 응원했다.

하늘도 감동을 했던 것일까. 우리는 기라성 같이 강력했던 중국을 기적처럼 3대 2로 격파하며 극적인 우승을 거두었다. 그때의 감격이란! 우리는 서로를 부등켜안고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칠천 만의 동포들의 기대에 부흥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뜨거운 우승을 감격을 누렸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그때 만났던 북한의 리분희, 순복 선수와 함께 조남풍 지도자 외 많은 선수들의 얼굴이 그립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2012년 "코리아"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유튜브 소개 영상. https://youtu.be/JQGuIeUO1b8   

꼬꼬무 https://youtu.be/vld_50kUX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