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할 사랑은 떠나가고
말 못 할 입도 떠나가고
크게 더 크게 울부짖을 수 있을 개들만이 남았었지
너 잘났니 뿅? 너 잘났다 뿅?
한 시대 전체가 전자 게임 화면처럼
죽이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어
혼신으로 으르렁거리던 흑색 개 백색 개 개들의 시절
그런 시절이 있었지라고 중얼거리며
아파트 입구를 내려서다 보니,
우리 시대의 꿈들은 모두가 개꿈이라고,
철 지난 암호처럼 미래의 프로파간다처럼
허접쓰레기로 웃고 있는 장미,
장미 송이들의 개개체
그래 아 드디어 이 시대, 이 세계,
희망은 죽어 욕설만이 남고
절망도 죽어 치정만이 남은. .
아 아 너 잘났다 뿅!
[내 무덤, 푸르고]. 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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