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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최승자

최승자 - 말 못 할 사랑은 떠나가고

by 길철현 2023. 7. 9.

말 못 할 사랑은 떠나가고

말 못 할 입도 떠나가고

크게 더 크게 울부짖을 수 있을 개들만이 남았었지

너 잘났니 뿅? 너 잘났다 뿅?

한 시대 전체가 전자 게임 화면처럼

죽이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어

혼신으로 으르렁거리던 흑색 개 백색 개 개들의 시절

 

그런 시절이 있었지라고 중얼거리며

아파트 입구를 내려서다 보니,

우리 시대의 꿈들은 모두가 개꿈이라고,

철 지난 암호처럼 미래의 프로파간다처럼

허접쓰레기로 웃고 있는 장미,

장미 송이들의 개개체

 

그래 아 드디어 이 시대, 이 세계,

희망은 죽어 욕설만이 남고

절망도 죽어 치정만이 남은. .

아 아 너 잘났다 뿅!

 

[내 무덤, 푸르고]. 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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