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로 가는 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저수지로 가는 길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바늘 구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크기에
수초가 가득 덮여 있어서
찾는 이 하나도 없고
방치된 채 관리도 되지 않아
우거진 수풀과 벌레와 거미가 에워싸고 있는 소류지는
내비에 길조차 표시되어 있지 않지요
흡사 허공에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요
아니 저수지 자체가 모습을 감추기도 합니다
현지인마저 이 근처에 저수지가? 반문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저수지로 가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무수히 많은 참을 인자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제방의 가파른 기울기 아래에서
고지가 바로 저긴데 하며
무릎을 꿇기도 해야 하지요
이따금씩 전날에는 보이지 않던 길이
내일은 문득 투시안을 가진 듯 나타나기도 하지만요
그렇긴 하지만 저수지를 자꾸자꾸 찾다 보면
차츰차츰 저수지 가는 길이 쉬워지지요
사실 저수지로 가는 길은
저수지에 도착했을 때
그때 비로소 가장 또렷이 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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