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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옥순대교에서 청풍호를 바라보다

by 길철현 2023. 8. 7.

가볍게 칵테일 한 잔 마신 듯

하늘이 불콰하다

흰구름도 약간 불그레하고

물은 은은하니 붉다

 

다리 바로 아래에서   

아득히 멀리 물길이 산자락을 

돌아가는 곳까지

붙잡힌 내 눈은 골똘하다

 

흐르는 듯 마는 듯

은은한 바람에 몸을 맡긴 물은

똑같이 은은한 무늬를 자아낸다

 

한여름 더위를 씻어내는 바람소리,

거기다 새소리마저 잠재우며

목청껏 구애하는 매미의 울음소리,

하루살이는 귓전을 맴돌며

종막을 향해 고개 숙인다

 

때마침 차들은 왕래를 중단하고

휴대폰조차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늘은 하늘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고

구름도 그러하고

산과 물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풍덩 물로 뛰어들어

한 마리 물고기나 될까

선 채로 그대로 굳어져

돌이라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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