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는 짧다
글자수도 얼마 안 된다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한 편 넘게 순삭할 수 있다
거기다 다행스럽게도
기다리던 버스나 지하철을
놓쳐버릴 정도로
끝내 주게 재미있지도 않다
또 똥을 누는 동안에도
한 편을 끝낼 수 있으며
심한 변비로 고생하는 인은
시집 전체를 소화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라
개나 소는 어렵겠지만
그대가 인이라면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
전광석화처럼 스쳐가는 생각을 낚아 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시와 같은 시를
구상해 볼 수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는 굳이 이해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
노래를 듣듯
그림을 보듯
시인의 활자화된 목소리를
그냥 김상하면 된다
아 김상이 아니고 감상
그래, 정신은 좀 차려야겠다
자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