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이 상륙해서 여행을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었으므로 오랜만에(한 1년은 된 것같은 느낌이다) 영화관에 들렀다가 마침 시간이 맞아서 이 영화를 보았다. 전형적인 재난, 재앙 영화이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은 주인공 김영탁(이병헌)의 캐릭터이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웅적인 인물이 아니라, 사기를 당해 입주도 못하고 그래서 자신에게 사기를 친 인물을 살해하고 그 인물인 척 이 황궁아파트의 대표자가 된다. 정신분석적으로 볼 때 그는 황궁아파트의 인물들은 그가 보호하고 지켜야 할 가족 같은 존재이지만, 황궁아파트 밖의 인물들은 싸워야 할 적이다. 전형적인 split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대재앙의 상황에서 그와 황궁아파트 입주민들이 취한 이러한 방책은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파멸을 불러올 뿐이라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공동체란 무엇이고, 이웃에 대한 우리의 연민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가 등 여러가지 생각해 볼 점이 많은 영화인데, 쌓인 피로감 때문에 몰려드는 졸음을 쫓느라 좀더 집중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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