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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밖의영상들

미스트 - 프랭크 다라본트. 2007(20231124)

by 길철현 2023. 12. 20.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을 나는 언젠가 아마도 자막 없이 중간 정도부터 본 기억이 있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우주의 질서가 헝클어진 느낌과 불가해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공포스럽고 모호한 느낌으로 남아 있던 이 영화를 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게 되었는데, 핵심은 군대에서의 비밀 실험으로 다른 차원에 사는 거대한 괴생명체들이 안개 속에서 주인공이 사는 소도시로 침입하게 되고, 수퍼마켓에 갇힌 사람들은 괴생명체들에 맞서는 가운데에서도 서로 분열되어 갈등을 일으키며 죽어나간다는 것이었다. 공룡이 지구의 주인이던 시기로 인간들이 돌아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상상을 해본다면 이 영화를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쥐라기 공원'이 그러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모습을 좀 더 경쾌하게 그려내었다면, 이 영화는 그들을 둘러싸고 물러날 줄 모르는 안개처럼 모호하고 더욱 공포스럽고 절망을 향해 치닿는다. 예언자를 자처하는 사이비 기독교인과 절망적 상황에 내몰려 그들을 추종하게 된 사람들에 맞서, 주인공 일행은 결국 수퍼마켓을 떠난 다음, 기름마저 다 떨어지자 권총 자살을 하고 마는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총알이 없어서 혼자 살아 남은 주인공 앞으로 군인들의 탱크와 군인들이 구조한 사람들을 실은 트럭이 등장하고 안개도 차츰 걷힌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결말은 오픈 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소설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과는 완전히 다른데, 한 마디로 말해 충격적이면서도 허탈하다. 어쨌거나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공포는 이 세상이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의 상징 체계가 무너지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세계는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