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고려대학교 앞(안암로, 고려대네거리와 우신향병원 중간 S 오일 맞은편 2층)에서 동일한 이름으로 헌책방을 운영하던 이금석 씨는 인터넷 판매가 시작되자 2002년 고향인 제천 인근에 있는 단양군 적성초등학교로 헌책방을 옮겼다. 그러다가, 2011년 더 오지인 현곡리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그는 손수 서가를 지어 십 삼만 여권에 달하는 도서를 정리해 놓고 판매하고 있다. 산골 숲 속에 있는 헌책방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어 지역 명소가 되었는데, 특히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승우 아버지가 운영하는 헌책방으로 소개되면서 그 유명세는 배가 되었다. 사장님은 자신의 책방에 책을 구입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출사지로 이용하는 것을 싫어하여 삼각대를 사용해 촬영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 산골 책방은 그 희소성과 미로를 연상케 하는 서가 구조, 방대한 장서량 등으로 헌책방이 소멸되어 가고 있는 현재에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탐방기] 학창 시절 모교 바로 앞에 있어서 자주 찾곤 했던 이 서점이 단양으로 이전했다는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시골 초등학교에 책방을 차리면서 문화 공간도 같이 마련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도시에서도 소멸되어 가고 있는 헌책방이 시골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었다. 상당히 큰 규모로 운영하던 고대 앞 시절, 사장님은 유난히 말수가 적었고 책값 또한 싼 편은 아니었다. 헌책방 마니아였던 나는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 듯 이곳을 찾았으며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 사장님에게 깎아 달라고 졸랐는데, 그러면 사장님은 대체로 양보를 하는 쪽이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 책방도 나의 기억 속에서 차츰 사라지고 있었는데, 영화 "내부자들"이 내 기억에 불을 붙였다. 비 오는 날 조승우가 찾은 그 공간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어서 그런 곳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바로 새한서점이었다. 한 번 찾아가봐야 겠다는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책방 하나를 찾아서 먼 시골까지 간다는 것이 실현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또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사라져 가는 헌책방들을 사진으로나마 남겨두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나는 전국의 헌책방을 순례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지에 자리한 이곳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아 몇 개월 전에도 한번 시도를 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마음을 굳게 먹고 청주에 들른 김에 이곳을 향해 출발했다. 오는 도중에 충주호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빠져들어 이곳저곳 들르다 보니 청주에서 아침에 출발했음에도 다섯 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현곡리 이정표가 있는 곳을 따라 마을길로 들어선 뒤에도 한참을 올라가야했고, 한 곳에서는 나오는 차와 교행을 하느라 다소 애를 먹기도 했다. 중간중간에 안내 표지도 보이고 또 주소지를 따라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정말 이런 곳에 서점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리기 힘든 가운데 다 왔음을 알리는 표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2백여 미터는 차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
사장님은 보이지 않고 책들도 묵은 것들 밖에는 없는 듯하여 사진만 몇 장 찍고(나도 카메라는 포기하고 휴대폰으로 몇 장 촬영했다) 돌아나오려 했다. 그런데, 어떤 분이 트럭 뒤에 누워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몸을 일으켰다. 그분에게 물어보았더니 사장님이 근처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그분은 서울에선가 놀러 오셨는데 산악회 활동을 같이 하는 지인이었다). 다시 서점 쪽으로 올라오니 개울에 갔던 사장님이 올라오셨다. 시간이 많이 흘러 사장님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고대 앞에 있을 때 많이 찾아간 것이며, 그리고 사장님의 아버님이 운영하던 작은 헌책방 "은하서점"(고대 앞 제기시장 부근에 있던)에도 갔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과거를 호출했다. 70대 초반인 사장님은 얼굴은 예전 그대로였는데 중풍이 와서 거동이 다소 불편하고 목소리도 아주 작았다. 여기까지 와서 책을 한 권도 못 사고 가는 것은 아닌가 했으나 다행히 영문학 서적 몇 권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지식의 보고로서의 책이 컴퓨터에 그 자리를 많이 넘겨준 지금 서점의 존폐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헌책방은 전국적인 유통망을 지닌 알라딘의 등장으로 고사될 지경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렵긴 하더라도 알라딘이 손댈 수 없는 부분, 그러니까 전문화, 고급화의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해 볼 수도 있으리라.
마을 길을 돌아나오며 산골 숲 속에 자리한 대형 헌책방이라는 그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독특한 콘셉으로 생존하고 있는 새한서점이 지역 명소로서의 활기를 계속 유지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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