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눈이 떠져 동네 산보에 나섰다
웬일로 마음 고요하고 발걸음도 가볍다
어둠을 모르는 도시의 거리 위엔
태양을 대신할 듯 슈퍼 블루문까지 떠있다
인류의 종말이 멀지 않았다는 걸 경고하던
한여름의 그 열기도 한풀 고개를 숙이고
반팔이 이젠 선득하다
매미와 뭇 벌레의 울음소리 정겨운데
마후라를 뗀 채 굉음을 울리며 질주하는 자동차도
용서가 될 듯하다
길가에 드러누워 내 눈치만 살피는 길고양이는
마냥 사랑스러우며
아직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노인의 속사정이
이해가 넘쳐 오해에 이를 지경이다
전광판에 들어온 붉은 숫자 444는
죽음이 끝나고 오히려 새 삶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여
시인이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한 까닭이
정답지를 보듯 또렷하다
어제 먹은 술이 아직 안 깬 걸까
급기야 밝은 별 하나가 은근히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마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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