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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생사(生死)

by 길철현 2023. 9. 12.

방독면 쓴 방역요원들이 계사(舍)에 

사정없이 분무기로 소독약을 뿜어대고

닭과 오리 수천 마리를 비닐팩에 감아 넣어

한꺼번에 살(살) 처분한다

조류독감 때문이다

출입통제선

바깥의 냇가에는 

어디서 날아왔나

청둥오리들 한가롭게 무자맥질하며 놀고

백로 몇 마리 한 발로 서서

명상에 잠겨 있고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학과지성사. 2007(2008). 

 

-중간에 놓인 '출입통제선'을 기준으로 죽음과 삶이 나뉘고 있다는 점에 눈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