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안개가 깊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 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 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학과지성사. 1979(1989).
- 정상적이지 않은 나라에 살게 되어 청각이 시각을 대신하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흥미롭게 표현. 우리나라의 답답한 당시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 청각이 시각을 대신하는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한국시 및 감상 > 김광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광규 - 생사(生死) (0) | 2023.09.12 |
---|---|
김광규 - 춘추(春秋) (0) | 2023.09.12 |
김광규 - 치매환자 돌보기 (0) | 2023.09.12 |
김광규 - 책의 용도 (0) | 2023.09.12 |
김광규 - 그 짧은 글 (0) | 2023.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