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 산수유 꽃 피는 소리
한 줄 쓴 다음
들린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며
병술년 봄을 보냈다
힐끗 들여다본 아내는
허튼소리 말라는
눈치였다
물난리에 온 나라 시달리고
한 달 가까이 열대야 지새며 기나긴
여름 보내고 어느새
가을이 깊어갈 무렵
겨우 한 줄 더 보탰다
뒤뜰에서 후박나무 잎 지는 소리
"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학과지성사. 2007(2008).
- 봄에서 가을이라는 시간에 걸쳐 시 한 편을 쓰는데, 흥미롭게도 중간에 시 쓰기의 어려움과 삶의 어려움도 같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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