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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에른스트 카시러 - 인간이란 무엇인가?

by 길철현 2016. 9. 20.

*에른스트 캇시러(카시러), 인간이란 무엇인가, 최명관, 서광사, 1944(1991)

     

철학은 원래 모든 학문의 뿌리이기도 하거니와, 각 학문이 분화된 지금에 와서도 제 학문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문화철학서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카시러의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을 인간만이 지닌, 혹은 획득한 상징 계통에서 찾고, 그 상징 계통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문화의 제양상, 언어, 신화, 예술, 종교, 역사, 과학을 차근차근 짚어 나간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인간은 동물들처럼 사회의 규칙들에 복종하지만 또한 사회 생활의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어 내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이 형태들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336)’라고 말하고 있다.

깊이 있는 고찰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자의 방대하고 체계적인 지식의 전개는 일단 이 책의 주장을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주체성내지는 인간 해방을 이 책의 저자는 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영어본을 읽고 다시 감상을 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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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학문의 제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욕구, 능력의 부족 등이 나를 즐겁게 괴롭힌다. 추구할 것이 있는 삶은 즐거운 것이다.


-요약

인간의 의식은 인간 자체를 문제시 한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동물의 종에서 볼 수 있는 수용 계통과 운동 계통 사이에서 상징 계통이라 할 수 있는 제3의 연결물을 발달시켰다(49). 또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진정한 경계표는 언어 사용의 유무라는 정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명제적 언어와 정동적(emotional) 언어 사이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동물도 주관적 언어에서 객관적 언어로, 정동적 언어에서 명제적 언어에로 넘어가는 결정적 단계를 거쳐갔다는 사실을 결론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56).

인간 문화는 그 특유한 성격과 그 지적, 도덕적 가치들을 그것이 구성되고 있는 재료에 의존하지 않고, 그 형식, 그 건축적 구조로 인하여 가지게 된다(65).

신화의 경우 진정한 하층 구조는 사고로 되어 있지 않고 감정으로 되어 있다. 신화의 조리는 논리적 규칙보다도 오히려 감정의 통일에 더 의거하고 있다(132). 그리고, 인간은 그 본성과 본질에 있어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신화 사상과 원시 종교 사상에는 전혀 생소한 것인 듯하다(136). 인간 문화의 발전에 있어서 우리는 바로 거기서 신화가 끝나고 종교가 시작하는 그 어떤 점을 고정시킬 수 없다. 종교는 그 역사의 전개과정 전체에 있어서 신화적 요소와 단단히 연결되어 있고 또 그것으로 가득차 있다. 한편 신화는 그 가장 어설프고 가장 발달하지 못한 형태에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보다 높은 그리고 보다 후기의 여러 종교적 이상을 예기하는 몇몇 동기를 내포하고 있다(141-2). 위대한 종교들은 이후 윤리의 문제의 몰두하게 되며, 또 이들 종교는 타부 제도의 참을 수 없는 짐을 가볍게 해주기 위해, 종교적 의무에 대한 보다 심원한 의미를 찾아내고 있는데, 이 의무는 억압이나 강제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라는 새로운 적극적 이상의 표현이다. (172)

언어는 본질적으로 비유적인 것이다. 그것은 사물을 직접 기술할 수 없어서, 여러 가지 간접적인 기술 방법, 애매하고 다의적인 용어에 의지하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언어가 없으면 사람들의 공동 생활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동 생활에 대해서 언어가 갖가지로 다르다는 사실보다 더 중대한 장해물은 없을 것이다. (203)

[그러나, 이 점을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어떤 외국어의 정신속에 파고 들어갔을 때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한 세계, 그 자체의 지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 세계에 접근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것은 마치 알지 못하는 나라에의 탐험 여행과 같으며, 그러한 여행에서 얻는 최대의 소득은 우리의 모국어를 새로운 각도에서 보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괴테는 외국어를 모르는 이는 자기 나라 말에 관해서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다라고 말하였다(208).

언어와 과학은 현실의 간략화요, 예술은 현실의 강렬화이다(222). 과학은 우리에게 사고에 있어서의 질서를 주고, 도덕은 우리에게 행위에 있어서의 질서를 주며, 예술은 우리에게 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고 또 들을 수 있는 현상들의 파악에 있어서의 질서를 준다(258).

역사는 정밀 과학이 아니면서도 언제나 독자적 위치와 고유한 성질을 인간의 지식 체계 속에서 유지할 것이다. 역사에서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외부 사물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에 관한 지식이다. (309)

우리의 현대 세계에 있어서 과학적 사고에 비길 만한 제2의 세력은 없다. 그것은 우리의 모든 인간 활동의 절정이요 극치이며, 또 인류 역사의 최후의 장이요 인간에 관한 철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생각되고 있다(315). 그리고, 수가 인간 인식의 근본적 기능의 하나이며 위대한 객관화의 과정에서의 필요한 일보라고 하는 점이다(320). 모든 위대한 자연 과학자들이 한 일은 한갓 사실 수집이 아니다. 그것은 이론적인 일이었던 바, 이론적이라 함은 또한 구성적임을 의미한다(333).

인간의 경우에는 동물들 사이에서처럼 행동의 사회만이 아니라 또한 사고와 감정의 사회를 볼 수 있다. 언어, 신화, 예술, 종교, 과학은 이보다 높은 사회 형태의 요소들이며 구성 조건들이다(336). 인간 문화는, 이를 하나의 전체로 볼 때 인간의 점차적 자기 해방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