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아지랑이
김광규
산업도로 한가운데서 처참하게 터져
죽은 강아지 한 마리
그 시체를 하루 종일 자동차
바퀴들이 수없이 밝고 지나간다
개는 메어서 길러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의 영구차
점심때마다 사철탕집으로 달려가는
백전무의 벤츠 승용차
잃어버린 강아지의 주인
영이가 타고 가는 노선 버스
그리고 덤프 트럭과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조그만 주검을 먼지로 만든다
산업도로 중앙 분리선 위에서
뽀얗게 피어오르는
강아지 아지랑이
김광규. "물 길". 문지. 1994. 20.
- 이 시는 첫 시집에 실린 '어린 게의 죽음'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그 시가 구체성이 돋보인다면 이 시는 다소 관념적이다. 우리의 무심함 가운데 스러져 사라져 가는 작은 것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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