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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조남현- 평범과 비범의 표리. 아니리. 문지. 1990. 평문

by 길철현 2024. 2. 26.

 

- 일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에서 출발하는 김광규의 시의 특징은 이 시집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건정한 상식, 지성, 현실에 대한 비판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 그의 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 또한 조남현은 언급을 하고 있다. 

 

대체로 그의 작품들은 그냥 상식이라고 불러도 좋을 인식이나 감정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끝이 나고 있다. 이러한 소재 취향과 창작 방법은 아직까지도 일부 평자들의 비판을 사고 잇는 게 사실이다. 그 대상이 소재이든 이적 인식이든 또는 기법이든 강에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그의 남다른 집착과 만족은 간혹 자기 비하의 태도로 연결되기도 한다. (109)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자칫 너무 밋밋한 것 아닌가, 하는 김광규 시에 대한 답답함 또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 발췌 

106) [김광규 첫 시집의] 신선감은 참으로 쉽고, 가식 없는 언어들과 삶 * 현실 * 인간을 본질적으로 사고하려는 태도가 화음을 내고 있다는 판단에서 빚어진 것이다. 실제로 70년대의 시들 사이에서 이런 기묘한 화음을 듣기가 쉽지 않았었다. 

107) 그는 시인들이여 그대들은 스스로를 별난 존재로도 또 잘난 존재로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부단히 외치고 있는 듯하다.

--) 그는 역사적 상황이나 개별자의 내면 공간 대신에 일상적 현실을, 치열한 '의식'이나 끝 모르는 존재론적 고뇌 대신에 건강한 상식인으로서의 자기 성찰과 현실 비판을, 한난(寒暖)이나 명암이 무상한 서정성 대신에 투명하면서도 담담한 지성을 선택한 기미를 보였다.

108) 그는 80년대에 리얼리즘 시가 거대한 흐름을 형성해간 현실 속에서 소외감을 맛보면서도 자신의 시의 톤을 높이지도 않았고 또 '큰'  문제나 대상 쪽으로 관심을 돌릴 줄도 몰랐다.

--) 70년대말쯤 해도 그는 어설픈 대로 제3의 입지를 마련할 수 잇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 시사에서 일대 전환기라고 불러도 좋은 80년대를 경과한 오늘 이 시점에서 김광규에게는 제3의 입지 마련의 가능성이라든가 꿈은 남아 있지도 또 남을 필요도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109) 대체로 그의 작품들은 그냥 상식이라고 불러도 좋을 인식이나 감정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끝이 나고 있다. 이러한 소재 취향과 창작 방법은 아직까지도 일부 평자들의 비판을 사고 잇는 게 사실이다. 그 대상이 소재이든 이적 인식이든 또는 기법이든 강에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그의 남다른 집착과 만족은 간혹 자기 비하의 태도로 연결되기도 한다. 

116) 세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에 따른 비판 의지가 김광규 시의 으뜸가는 요결이라면, 자연 관조와 자연을 교사로 삼고자 하는 발상은 그 다음가는 요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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