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미야자키 현 미야코노조 시와 타카하루 정에 걸쳐 있는 미이케 호수(御池 어지, 이케는 池의 훈독[いけ]이다. 확실하지는 않으나 '어'자가 왕을 가리킬 때 쓰는 용어이므로, 이 호수의 이름은 일본의 전설상의 인물인 초대 천황 진무가 이 호수 부근에서 놀았다는 신화와 관련이 있지 않은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는 기리시마 화산군의 화구호 중 가장 크고 깊은데, 직경은 대략 1km 정도이고 최대 수심은 103m이다. 이 호수는 약 4,600년 전 후타고이시 화산 동쪽 산기슭에서 일어난 수증기 플리니식 분화로 형성되었다. 이때의 분화는 기리시마 화산군의 분화 중 최대의 것으로, 주위를 둘러싼 화구벽이 30m 정도의 직벽을 이룬다. 후타고이시 너머로 우뚝 솟아오른 다카치호노미네(봉)를 조망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카치호노미네가 비친 맑은 호수에는 빙어, 무지개 송어, 잉어 등의 어류도 많아 낚시인들이 즐겨 찾으며, 오리배나 카약 등의 뱃놀이도 즐길 수 있다. 주위의 울창한 원시림은 1972년 "미이케 야생 조류 숲"으로 지정되어 151종의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여행기] 11시 경에 다카치호-가와라를 떠나 다카치호 협곡으로 향했다. 정확한 주소를 칠 수가 없었으므로 일단은 가고시마 현을 벗어나 미야자키 현으로 들어가야 할 듯해서 미야자키 시의 한 장소를 누르고 차를 몰았다. 480번 현도를 타고 달리다 223번 국도를 따라 가는데 제법 큰 호수가 하나 내비에 떴다. 다카치호 협곡을 찾아갈 수 있을지, 저녁까지 차를 반납하려면 시간이 빠듯한데 이곳에서 지체해도 되는 것인지, 마음이 갈등으로 소용돌이쳤다. 그냥 지나쳤다가는 아쉬움이 클 듯하여 일단 한번 들러기로 했다. 안내판을 대충 일별 하니, 큰 화구호이고, 뒤로 보이는 산은 후타고이시라고 하는 듯했다. 호수보다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에서 잠시 망설이던 나는 가까운 곳부터 구경한다는 내 여행의 제1원칙에 따라 차를 몰고 호수로 내려갔다.
평일 오전이라 사람도 거의 없었고 잔잔하고 맑은 물이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사실 렌터카는 4일을 빌렸기 때문에 내일까지 반납을 하면 되는데도 나는 굳이 이날 저녁까지 반납하기로 했던 것이다.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하고 내일 반납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렌터카 회사의 사정이 어떨지 알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외국까지 와서 괜히 실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싫어서, 아쉬운 대로 다카치호 협곡은 다음을 기약하고(찾아갈 방법도 불분명했다), 대신 이 뜻밖의 호수에서 시간을 좀 보낸 다음 고속도로를 타고 나가사키로 가기로 했다.
둘레길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으나 그냥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다. 이 당시에는 호수 안쪽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깊은 숲이라고 지레짐작을 했는데, 사진을 다시 보니 건물도 보이고 그쪽으로도 들어갈 수 있었다(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는 캠핑장이 있었다).
옆쪽으로 보니 식당이 있었다. 8시 경에 호텔에서 제공한 냉동 파스타로 아침을 때운 탓에 배도 좀 출출하고 해서 식사를 할까 했더니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오리배들(오리는 아닌데!)도 정박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찾는 사람이 없어서 쉬고 있는가 했더니, 마침 오늘이 정기 휴일이었다.
노부부가 벤치에 앉아 다정하게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고 있었고, 잠시 후 오픈카가 한 대 들어왔는데, 백발의 노신사와 중년 여성이 내렸다. 내 멋대로 나는 그 노신사가 상당한 재력가라고 치부해 버렸다.
풍덩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맑고 푸른 물을 보면서 3백 미터 정도 수변을 따라 걷다가 차로 돌아왔다. 다시 장도에 나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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