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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일본 규슈 여행

일본 규슈, 나 홀로 6박 7일(34) - 소기 폭포(20231101)

by 길철현 2024. 3. 7.

- 11월 1일, 수. 여섯째 날

 

남쪽으로 많이 내려왔음에도 아침에는 추워서 잠이 일찍 깼다. 어젯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86세 노인이 총격 사건을 일으켰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상대방이 죽지는 않은 것 같은데, 노인분이 그런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이 잘 와닿지 않았다. 어제 리셉션에서 받은 냉동 파스타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길을 나섰다(5일을 규슈의 호텔에서 묵는 동안 첫 날 APA 호텔을 제외하고는 물 한 병 주는 곳이 없었는데 이 호텔은 웬일로 파스타를 하나 주었다).

 

 

내비에 소기(曽木 증목) 폭포를 쳐보니 불과 10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그곳에 먼저 들렀다가 다카치호 협곡으로 향하기로 했다. 이날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폭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8시 반, 시간이 일러서인지 주차장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주차장 바로 위에 있는 야소안(野草庵 야초암) 식당. 오래된 건물을 식당으로 이용하고 있는 듯.
폭포 상류. 센다이 강.

 

안내판엔 전날 찾았던 하라지리 폭포와 마찬가지로 이 폭포도 '동양의 나이아가라'라고 소개하고 있다. 

 

길을 따라 나아가자 물막이를 넘은 물이 암반을 타고 흐르다 바위 아래쪽으로 굉음을 내며 떨어져 내렸다. 

 

 

폭포 본류는 전망대에서 다소 멀었다. 이 폭포는 폭은 210m로 하라지리 폭포보다 넓지만 높이는 12m로 좀 낮은 편이었다. 하라지리 폭포가 잘 정돈된 깔끔한 폭포라면, 이 폭포는 물이 여기저기서 좀 두서없이 떨어져 내리는 데다, 절벽에 걸린 나뭇가지며, 폭포 아래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바위들로 다소 어수선한 느낌을 주었다. 

 

폭포 위쪽에 자리한 소나무 한 그루가 특색이 있다.

 

 

 

이 안내문엔 도요토미 히데요시( 豊臣秀吉 풍신수길)가 사쓰마의 시마즈 가를 정벌하러 와서 항복을 받은 뒤 돌아가는 길에 소기 폭포에 들러 그 웅장한 모습에 감탄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그리고 당시 시마즈 가의 가신인 니이로 타다모토(新納忠元)가 히데요시를 수행하다가 이곳에서 히데요시를 밀어뜨려 죽이려 했는데, 살기를 감지한 히데요시가 타다모토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우듬지 블로그에서 인용).

 

다이쇼(大正), 쇼와(昭和) 시대의  시인 야나기하라 뱌쿠렌(柳原白蓮)의 시비. 비석에는 야나기하라가 1957년 이곳을 방문했다가 읊은 시가 새겨져 있다. '무사(히데요시)의 옛 이야기를 소기 폭포의 물보라에 젖으며 들었네' 정도의 뜻이라고(우듬지 블로그에서 인용).

하류쪽 풍경, 신(新)소기대교가 보인다.

 

내가 있는 동안에 폭포를 찾은 사람은 남자 두 명뿐이었다. 하라지리 폭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폭포이기는 하지만 하라지리 폭포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어제에 이어 다시 다카치호 협곡을 향해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