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을 헤매면 이상하여라!
숲이며 돌은 저마다 외로움에 잠기고
나무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 혼자다
나의 인생이 아직 밝던 시절엔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건만,
이제는 안개가 내리어
보이는 사람 하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조용히 모든 것에서
사람을 떼어 놓는 그 어둠을
조금도 모르고 사는 사람은
참으로 현명하다 할 수는 없다.
안개 속을 헤매면 이상하여라!
인생이란 고독한 것.
사람들은 서로 모르고 산다.
모두가 혼자다.
- 실제로 타인과 절연된 그런 순수 공간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살면서 고립감과 단절감을 또한 느낄 수밖에 없다. 헤세는 그러한 순간을 안개를 빌어서 적실하게 표현하고 있다(약간 다른 뉘앙스이기는 하나 오리무중이라는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도 떠오른다). 이 시를 처음 접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대학교 1,2학년 정도가 아니었을까?) 우리의 마음에 쉽게 와닿는, 그래서 지금 보면 좀 진부한, 시이다.
(원문)
Seltsam, im Nebel zu wandern!
Einsam ist jeder Busch und Stein,
Kein Baum sieht den anderen,
Jeder ist allein.
Voll von Freunden war mir die Welt,
Als noch mein Leben licht war,
Nun, da der Nebel fällt,
Ist keiner mehr sichtbar.
Wahrlich, keiner ist weise,
Der nicht das Dunkel kennt,
Das unentrinnbar und leise
Von allen ihn trennt.
Seltsam, im Nebel zu wandern!
Leben ist einsam sein.
Kein Mensch kennt den anderen,
Jeder ist all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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