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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호수 시편

이영광 - 고복 저수지

by 길철현 2024. 10. 18.

고복 저수지
                     이영광
 
고복 저수지 갔다
최강 한파가 보름 넘게 못물 꽝꽝 얼려놓았다
저수지 주변 매운탕 집 메기들이 이곳 출신이 아니라는 
뻔한 사실 하나를 입증하기 위해서도
이렇게 광범위한 증거가 필요하다
광범위는 광범위보다 더 넓다 전부니까
그게 사실인데도 우리는 더 얘기했다
두 달 만이었고 화제는 쉽기만 하고 짜증스러운
정치여서, 이 추위 가고 날 풀리면 혹
메기수염 매단 메기들이 풍악처럼 물살에 밀리는
자연을 볼까, 자연산을 볼까, 깔깔거렸다
 
고복 저수지 다시 갔다
최강 한파가 한 달 넘게 못물 꽝꽝 얼려 놓았다
뻑뻑한 죽을 젓듯 떠다니거나 펄에 웅크려 겨울을 나는
메기들의 마른 유족들이 얼음장 아래 없다는 
뻔한 소문 하나를 팔기 위해서도 이렇게 
광범위한 위증이 필요하다
광범위는 광범위보다 더 넓다 전부다
하지만 붉은 탕과 차가운 소주를 비우고 우리 일행은
휑한 전부를 보며 감탄한다 봄은 멀었군 빈틈이 
없어, 조그맣고 조그만 전부를 손가락질하며
원경에서 거닐며 녹말 이쑤시개를 씹다 뱉으며
 
이영광. [깨끗하게 더러워지지 않는다]. 현대문학. 2020.
[문예바다] (2019년 가을호)
 
- 두 번에 걸쳐 꽝꽝 얼어붙은 저수지 옆 식당에서 매운탕을 먹은 이야기인데, 시인의 의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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