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천사인 당신
주옥같은 삶의 정점인가
절름 다리를 이끌고
폐병쟁이 남편과 더불어
떨칠 수 없던 노역의 질곡
그 질곡에서 벗어나
노년의 여유도 잠시
지랄 맞게도 인지증이 찾아왔다
커피를 다 비우기도 전에 또 커피를 찾는
단기 기억 상실은
가족을 도둑으로 의심하는 망상으로 발전하고
대소변을 못 가리는 지경이 되더니
급기야 몸을 일으키는 법마저 잊어버렸다
노름꾼 남편의 화투판을 뒤엎던 강단
잘못한 아들을 모질게 매질하던 엄격
모두 전생보다 먼 과거의 일이 되고
여든다섯의 나이에
죽자이 청춘이요 살자이 고생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뱉어내는
철부지가 되고 말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똥구멍은 물론 코털까지도 아파,
아파 아파 아파를 연신 되뇌는 당신
이제 그만 훌훌 털고
당신 고향으로 돌아가라 하고 싶지만
아들이 최고야에서
최고는 지랄이 최고야로 널뛰기하는
그 종작없는 말에라도 매달리고 싶은가
아픔이 잠시 외출하고
천사보다 평온하게 잠든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