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전화번호마저 은빛 수갑 채워
쇠사슬 칭칭 감아 두었건만
내 귀는 어느새 너의 그,
햇살이 물위를 한 발 내디딜 때의 그 목소리를
굶주린 아기처럼 빨아대고 있다
한 마음이 다른 한 마음에 가닿지 못하는
얼음 낀 애닮음이여
오랜만에 통화하는 지인들이 흔히 그러하듯
나는 너의 근황을
너는 나의 근황을
먹구름처럼 무장무장 피어오르려는 침묵을
우스개로 너저분히 가라앉히고
한 마음이 다른 한 마음에 가닿지 못하는
까무라칠 수밖에 없는 거리여
한 발 내딛는 순간 푹푹 빠져버리고 마는 까마득한
허방
(200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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