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홀더에서 셰이크로 바꾼지 28년이나 되었는데, 그 긴 시간 동안 백핸드는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그 중에는 20년 동안 연습과 포기를 오고간 YG 서브가 있다). 그래도 사태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백핸드) 쇼트는 점차 보완이 되어서 디펜스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랐다는 것이다(하지만 상위 부수의 강공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제는 백핸드 드라이브이다.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 백핸드 드라이브를 연마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건만 회전력이 잘 생기지 않았다(그래서 내 주특기인 포핸드 스매싱에 덧붙여 백핸드도 치는 것으로 내 부족한 백핸드 드라이브를 보완하려 했는데, 팔을 밖으로 빼서 치는 (개빽) 스매싱은 그야말로 복불복이어서 가성비가 별로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후반기부터 백핸드가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나를 묶고 있던 손목이 좀 풀린 것이었다(나를 지도하고 있는 코치는 '손목이 너덜너덜해져야 한다'는 표현을 썼다). 이 백핸드가 좋아지면서 하수와의 게임은 엄청나게 수월해졌다. 내가 공격을 많이 하지 않아도 리시브에서 공을 잠그고? 디펜스만 해주어도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백핸드의 길은 아직도 멀고, 백핸드와 마찬가지로 포핸드도 '드라이브 채는 힘'이 부족하다(순간적인 임팩트와 피니시에서 잡아주는 힘, 이 둘 다 흡족하지 않다). 이것은 고수와의 시합에서 뼈시리게 드러난다. 얼마인지는 모르지만(죽을 때까지?) 부단한 연마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동호회 모임을 겸해 3일간 서울에 체류하면서 고수 및 맞수와 게임을 했는데, 과도한 음주의 여파 등도 있었지만 전체 성적이 3승 17패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한 동안 가졌던 자신감과 탁구가 많이 올라왔다는 환상 내지는 착각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YG를 비롯해서 서브 연습(특히 커트)이 좀 더 있어야 하고, 리시브는 레슨 시간에 연습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선수(특히 고수)와의 게임이 필수적이라는 걸 절감했다(감각이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므로 경험치를 쌓아 올리는 수밖에. 공을 보는 능력).
육십 나이에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몸도 느려지고 공도 약해졌지만, 해야 할 것들이 보이는데 안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탁구를 모르는 사람에게 이 글은 암호문처럼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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