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를 여는 말

의욕 과잉, 수면 부족, 지출 과다

by 길철현 2025. 2. 17.

병적인 현상은 조울증, 그게 아니라면 감정기복(mood swing).

 

우리의 기분(감정)은 대체로 평상을 유지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또 그 고저의 진폭이 크기도 하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는 감정기복(약한 조울증?)을 주로 상승과 하강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니까 지난번 하강기(작년 3월에서 7월 정도) 이후로 현재까지는 상승기라고 할 수 있다. 상승기엔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나를 채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나칠 정도로 탁구를 치고, 시간이 허용하는 대로 여행을 하고, 시를 좀 쓴 정도이다. 그러면서 읽지도 못할 책을 무지막지할 정도로 구입하고 있다(올해에만 벌써 2백 권 가까이 책을 샀다). 

 

이 상승기의 의욕 과잉은 그대로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로 이어진다. 하강기엔 불안감으로 인한 불면증의 악순환 때문에 수면제에 의존해야 했는데, 상승기엔 의욕이 넘치다 보니 4시간 정도 자면 깨고, 그 다음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 때문에 쪽잠으로 수면을 보충해 보지만, 초저녁만 되어도 잠이 그렁그렁하게 된다. 이것 또한 악순환이라면 악순환인데, 상승기이든 하강기이든 수면의 질은 좋지 못하다. 물론 마음이 평정심을 찾아 조화로운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시기의 또 다른 문제점은 과도한 자신감으로 인해 지출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제력이 받쳐주는 한도내에서의 지출은 상관이 없겠으나 현재 나의 상황은 이대로 계속 달리다간 폭망할 수도 있는 그런 것이다. 곧 출간될 시집이 기적적으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다면 모르겠으나, 그 확률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더 낫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긴 해도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좀 과장을 해서 지구가 곧 멸망한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듯하다, 라고 말할 자신은 그래도 없는가?). 친구들 중에 사업을 한다고 전 재산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의 노력을 몇 년 간 쏟아 붓고도 폭망하여 연락 두절이 된 경우도 있지 않는가? 적어도 난 마음껏 즐겼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기쁨이나마 주지 않았던가? 

 

어쨌거나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고'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둘 중에 그래도 후자가 낫다는 건 명약관화하다. 그래도 좀 더 현실적인 사람이라면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가 되겠지.  

'하루를 여는 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와의 대화 -- 아에이오우(250217)  (0) 2025.02.18
탁구, 돌이켜 봄  (2) 2025.02.17
춘향이 마음  (2) 2025.02.13
이런 추진력이 나에게도 있었구나  (0) 2025.02.12
이참에  (0) 20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