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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탁구의 길 24 -- YG가 뭐길래?

by 길철현 2026. 1. 4.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
이름도 산뜻한 신세대 서브
슐라거가 이 서브로 우승컵을 거머쥐자
내 욕망의 불꽃도 걷잡을 수 없이 타올라
구도의 심정으로 탁구대 앞에 섰다
 
YG만 완성하면 1부가 코앞이다
화두를 공구하는 선승처럼
뼈를 깎는 노력으로
용맹하게 정진 또 정진
 
팔과 손을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뻗어주는 이중 스윙은
일단 라켓에 공을 맞추는 것부터 난제
라켓에 맞춘 다음에는 
커트량을 늘이는 것이 숙제
 
하루를 이 악물고
한 달을 이 악물고
일 년을 이 악물었지만
지구를 태울 듯 활활 타오르던 의지도
차디찬 현실의 벽 앞에서 
자꾸만 식어 오그라들고
 
역시 되는 놈은 따로 있고
나에게 주어진 건 쓰디쓴 실패자
 
애시당초 잘 따져보지도 않고 
겉멋에 취해 뛰어든 오류
중꺽마를 믿는 무식한 부류
스스로 무덤을 파는 카미카제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도 지났다
 
어느새 YG는 
한 물이 가도 한참 간 OG가 되었고
발로 뻥 차버렸다가
다시 쫓아가 줏어들고 
용맹하게 정진 또 정진하다가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내 머리엔 어느새 흰 눈이 소복이 쌓였다
 
YG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오기가 분기가 되고
분기가 독기가 되고
뭐가 뭔지 더 이상은 아무것도 몰라도
다시 탁구대 앞에 서고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도 지나고
 
그렇다,
몇 번이고 손등을 찢어
피비린내를 흘려보지 않은 자는
YG Y자도 입에 올리지 말라
시퍼런 비수 하나
심장을 겨누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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