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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들

앤 브론테 - [와일드 홀의 임차인](Anne Bronte, The Tenant of Wildfell Hall, Penguin, 1848)(060207)

by 길철현 2016. 10. 18.

*Anne Bronte, The Tenant of Wildfell Hall, Penguin, 1848(060207)

 

<줄거리>

(이 작품은 Markham이 친구 Halford에게, 자신의 연애담을 이야기하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Markham이 살고 있는 곳 근처에 Wildfell Hall이 방치된 채로 있었는데, 어느 날 젊은 과부가 어린 아들과 함께 세 들어 살게 된다. 그녀는 Mrs. Graham으로 알려져 있다. Markham은 이 과부의 지적인 성숙도나 여자로서의 매력에 점점 더 이끌리게 되는데, 그녀는 그에게 남녀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인간적인 관계만을 유지시키려 한다. 이러는 와중에 평소 그를 좋아하고 있던 이웃의 Eliza(?)로부터 그녀가 집주인인 로렌스의 정부이고, 아들도 그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로렌스와 그녀가 아주 친밀한 사이임을 보여주는 광경을 몰래 엿보게 된 Markham은 다음 날, 로렌스를 채찍으로 때리고, Mrs. Graham과도 절연하려 한다. 그녀의 입으로 직접 사정을 듣고 싶었던 그는 그녀를 찾아가 그녀를 비난한다.

이에, 그녀가 그에게 자신의 일기장을 건네준다.

(일기장의 내용)

그녀의 이름은 헬렌으로, 어릴 적부터 부유한 삼촌 부부 밑에서 자라났다. 그러던 어느 날, Arthur Huntingdon이라는 쾌활하고, 멋지고, 부유한 젊은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가 다소 방탕한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숙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한다. 행복한 신혼이 지나고, Huntingdon은 총각 시절의 방탕기를 버리지 못하고 런던에서 혼자 음주와 도박(?) 빠진다. 그녀의 충고에 다소 정신을 차리기도 하지만 오랜 습벽을 떨쳐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으로 친구들이 놀러 오는데, 그 중에는 Lowborough라는 귀족이 있었다. 그는 방탕한 생활을 회개하고 Annabella라는 여인과 결혼하는데, 그녀는 그의 가문을 중히 여겨 그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결혼한 성품이 좋지 않은 여자이다. 이 여자가 Helen의 남편인 Arthur와 불륜을 저지른다. Huntingdon의 이웃에 사는 여자로 Millicent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Helen은 그녀와 친하게 지낸다. 그런데, Millicent는 어머니의 강압으로 Huntingdon의 친구인 Hattersley와 마지못해 결혼한다. (Millicent의 오빠인 HargraveHelen을 사모하여, 그녀에게 접근하나, 그녀는 그의 접근을 물리친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Helen은 별거를 요청하나 Arthur는 그녀의 청을 단호히 거절한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엔 난 아들 Arthur 때문에 집을 떠나지 못하고, 이름뿐인 부부 관계를 유지한다. ArthurAnnabellaHelen 앞에서 자신들의 애정을 공공연하게 과시하는 몰염치한 짓을 저지른다. 하지만, 결국엔 Lowborough가 알게 되어 두 사람은 별거하게 된다. 남편의 방탕은 점점 더 도를 더해가고, 아들의 교육 때문에 Helen은 도망을 결심하지만, 첫 번째 시도는 사전에 발각되어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나, 절망적인 심정에서 다시 도망을 결심, 수중에 가진 돈도 거의 없이, 어릴 적에 헤어진 오빠 로렌스의 도움으로 Wildfell Hall에 자리하게 된다.

그녀의 일기를 다 읽은 Markham은 그녀를 향한 애정과 측은지심으로 그녀에게 달려간다. 그렇지만, 그녀는 법적으로는 아직 Huntingdon의 아내. 그녀는 두 사람은 두 번 다시 만나서는 안 되며, 또 이곳에서도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한다.

로렌스와의 우정을 회복한 Markham은 그를 통해 Helen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나 원래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반대한 로렌스는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MarkhamHelen이 다시 남편 Huntingdon에게 돌아갔다는 말을 듣는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접한 Markham은 로렌스에게로 달려가는데, 사실인 즉 남편 Huntingdon이 낙마하여 심하게 다친 탓에 간호를 하러 간 것이었다. Helen의 간호에도 불구하고, 또 병중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고, 제대로 섭생을 하지 않은 탓에 그는 급기야 죽고 만다.

자유의 몸이 된 헬렌. 마컴은 그녀에게 편지를 보낼까 생각을 했지만, 로렌스의 의중을 알 수 없었고, 또 로렌스 측에서도 그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아,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컴은 그녀가 Hargrave와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않고서는 평생의 한이 될 듯하여 마컴은 그녀가 사는 곳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그런데, 정작 결혼한 사람은 로렌스와 Millicent의 여동생이다. 헬렌은 삼촌이 돌아가시고, 숙모 댁에 가서 머물고 있었다.

마컴은 숙모 댁으로 다시 마차를 타고 달려가 보지만, 그녀가 엄청난 유산의 상속자이며, 또 그녀가 자신을 잊은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저택 앞에서 발길을 돌리려 하고 있었다. 그때, 외출 했다가 돌아오던 헬렌 일행이 그를 보게 된다. 두 사람 사이의 그 간의 침묵은 봄날의 눈처럼 순식간에 녹아들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감상>

이야기로서 이 작품은 재미있다. 당시 사회의 불평등 구조, 여성의 억압을 전면에 드러내었을 뿐만 아니라, 마컴과 헬렌의 우여곡절 사랑도 우리의 흥미를 끈다. 그러나, 이 작품에 좀더 엄밀한 시각을 갖다 대어 본다면, 형식과 내용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말해서 작품의 구성에 있어서 엉성한 면이 너무도 많이 엿보인다. 많은 부분들이 일기에 담길 내용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또 작품 전체의 틀이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라는 것도(이 편지를 쓴 사람이 전업 작가가 아니라면 도저히 해낼 수는 없을 정도의 일을 해내고 있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헬렌의 일기가 마컴에게 전달되는 것만 해도 무리가 따르는데, 그 일기가 다시 친구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은 요령부득이다).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에서도 뚜렷한 선과 악의 대결, 종교적인 것과 세속적인 쾌락의 대비 등 이분법적으로 흐르고 있어 너무 멜로드라마틱하다. 그래서, 이야기가 이야기 이상의 의미망이나, 상징성을 지니지 못하고, 이야기에서 멈추고 만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훌륭한 작품이 보여주는 의미의 진폭을 지니지는 못하고 있지만, 당시 사회의 중상류층 여성이 겪어야 했던 성적 불평등을, 편협하고 순진하나마 있는 대로 그려내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