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otte Bronte, Shirley, 1849, Penguin(010124)
<줄거리>
영국이 프랑스의 나폴레옹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1811년. Rector Helstone의 질녀인 Caroline Helstone은 이웃에 사는 사촌인 Robert Moore를 좋아한다. 그런데, 사업가인 Robert는 기계의 도입으로 자신의 생계를 위협받게 된 공장 직공들이 기계 파괴를 외치는 통(Luddite)에 그녀의 그런 마음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자신조차 파산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이웃 Fieldhead 장원의 주인인 상속녀 Shirley가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인근에서 거의 제일가는 부자라고 할 수 있는 그녀는, 또 3백 파운드라는 거금을 자선 활동에 기부한다. 이로서 하층민의 궁핍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싶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는 없었다. Shirley가 Robert와 가까이 하게 되자, Caroline은 Robert로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꺾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Shirley와, 또 Shirley의 가정교사인 Pryor부인은 Caroline과 가까워진다.
어느 날, 노동자들이 Robert의 공장을 습격하지만, 미리 이들의 습격을 기다리고 있던 Robert와 군인들 때문에, 오히려 사상자만 내고 패퇴하고 만다. Robert는 주동자를 잡기 위해 런던으로 간다.
그리고, Caroline은 상심이 깊어가던 중에 열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된다. Pryor 부인이 간호를 자청하고 나섰는데, 간호를 하던 중에 Pryor 부인은 자신이 Caroline의 친어머니라는 것을 밝힌다. 이때, Fieldhead에는 Shirley의 삼촌 가족이 와 있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삼촌의 아들의 가정교사인 Louis Moore도 있다. 이 Louis Moore는 Robert Moore의 동생(형)이다. 병에서 회복한 Caroline은 Shirley가 Louis에게 냉담한 것을 의아해 했는데 알고 보니까, Shirley와 Louis는 좋아하는 사이다.
준남작인 Sidney가 Shirley에게 구애를 하지만, 결국 Shirley는 Louis와 결혼하게 된다. 한편, 괴한이 쏜 총에 맞아 부상을 당한 Robert는 건강을 회복하면서 Caroline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그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Shirley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Shirley에게 청혼을 하지만 거절당했다는 것도 중간에 밝혀진다).
<평>
그녀가 남긴 네 편의 작품 중 유일하게 3인칭 작가 전지적 시점에서 씌어진 작품이자, 또 그녀가 글을 쓴 시점으로부터 30년 전의 사회상을 담아내려는 대담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 우선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녀가, [제인 에어]에서 보여준 바에 따르자면, 그녀의 장점은 ‘한 개인의 진솔한 내면’, 혹은 ‘강렬한 감정’을 표현해 내는 데에 있다고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대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실패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녀가 새커리 류의 ‘사회 풍속 소설’을 써낼 수 있을까? 그녀가 역사에 대해 얼마나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거기다, 이 작품은 그녀로서는 가장 힘든 시기에 씌어졌다. 동생 브란웰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가 이 작품을 쓰던 시기에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중간에 긴 공백이 생겼고, 그것이 작품의 통일성을 꾀하는데 무리가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이 작품이 소설로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래도 ‘통일성’의 결여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이 하나로 응집되지 않고, 자꾸 떨어져 나가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거기다, 제목이 [Shirley]인데, Shirley는 작품이 삼분의 일 가량 전개되고 나서야 등장한다. 너무 늦은 등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을 통해 샬롯은 ‘이상적인 여성상’을, 아니 ‘가부장제라는 굴레에 굴하지 않는 개성적인 여성상’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한다면, Caroline이 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작품을 읽고 난 뒤에, 우리의 기억에 남는 것은 Louis와 Shirley의 사랑보다는, Robert로 향하는 Caroline의 애틋한 마음이다.
이 두 여인이 샬롯의 두 여동생을 극화한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소설상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이 작품이 1810년대의 영국이라는 특정 시기를 배경으로, 당대의 사회적 문제를 다루려는 ‘사회 소설’의 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Caroline과 Robert, 그리고 Shirley와 Louis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작품이 겉돈다는 느낌의 핵심에는 그녀가 의식적으로 쓰려고 하는 ‘사회 소설’이, 그녀를 본질적으로 사로잡고 있는 문제--즉 에제를 향한 그녀의 사랑이 무의로 끝났음(물론, 이 문제는 그보다 더 본질적인 그녀의 유아기적인 고착에 가닿는지도 모르겠지만)--와 잘 섞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그녀의 네 작품은 모두 [The Professor]이며, 그녀의 천재성과 그녀의 한계 또한 [The Professor]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