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운대행--황동규(문지, 91년)
시를 너무 쉽게 읽는다. 모르는 부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산문을 읽듯이 술술 읽고 넘어 가버린다. 그러니까 시집 한 권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정말 얼마 안 된다. 그러니까 시집을 읽고 나서도 별다른 감흥이 있을 수 없다. 나는 과연 문학도인가?
나의 독법은 전체적인 이미지를 잡아내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에 대한 전체적인 조감(과연 가능한 일일까?).
각설.
[풍장] 연작은 시인이 죽음, 모든 것을 무화시켜 버리는 죽음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노래하고 있는데, 좀 더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그 밖에 전반적으로 씨의 시들은 예전보다 읽기가 쉬워졌다. 산문에 가까운 기행시들이 많이 있어서 읽는 것이 재미난다. 특히 [몰운대행]이나, [다산초당], [브롱스 가는 길]등이 그렇다. 마지막에 실린 [견딜 수 없이 가벼운 존재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한 [프라하의 봄]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여기서도 역시 다루는 문제는 죽음이다. 죽음은 이 시집 전반을 둘러싸고 있으며, 작가의 태도는 어딘지 달관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좀 더 자세한 글을 쓰려면, 보다 꼼꼼한 독법이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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