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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문지 000417

by 길철현 2016. 12. 1.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문지 000417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허수경의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는 별 무리 없이 읽어내었던 듯하다. 요즈음은 시를 읽는 것에 조금은 눈이 뜨인 것 같기도 하면서, 아직도 많이 어렵다. 특히 허수경의 이 시집은 이번 학기에 읽은 시집들 중에서 가장 어렵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오세영이 불교적 달관을 노래하고, 그리고 오규원이 현대 자본주의의 물신성을 비판했다고 한다면, 김명인과, 이윤학, 허수경은 모두 인생의 절망감과 답답함을 시로서 토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 방법론은 각기의 시인들이 다 다르지만, 나로서는, 작년에 김명인의 시를 읽을 때의 어려움이 지금에 와서는 한거풀 벗겨지고, 추구해나가야 할 방향으로 보인다. 현재 내가 가장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시적인 상상력이다. 사물과 사물 사이의 보이지 않는 끈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하는 문제. 이 문제는 지속적인 습작과 시독을 통해서 헤쳐나가야 할 것인데, 인내와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리라. (김현은 공부하지 말라고 했지만. 과연?)

허수경은 시집 전체에서 마음이라는 두 단어를 중심으로 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녀에게 있어서 몸과 마음은 다 상처입어 절망적인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거기다 (이건 확신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몸과 마음의 관계 또한 어긋나 있다. 그렇다. 여기까지는 파악이 되는데, 그렇다고 그녀의 시가 나에게 감동을 주거나 하지는 못했다. 그녀가 엮어내는 가락이 나의 코드와 잘 맞지 않았고, 그녀의 어법이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난해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불취불귀

혼자 가는 먼 집

저 나비

청년과 함께 이 저녁

 

첫 시 공터의 사랑을 다시 읽어보니까, 시인의 시상의 전개는 어느 정도 좇아갈 수 있긴하지만 그렇다고 이 시가 좋은 시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