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앎과 삶(해석학적 지식론), 연대, 1972(100211)
[단상]
이규호의 3부작의 완결편이 이 책인 ‘해석학적 지식론’을 다루고 있다. 그는 먼저 근대철학의 기본 전제들, 즉 ‘합리주의가 전제하는 아루키메데스의 기점으로서의 사유나 경험주의가 내세우는 순수한 출발점으로서의 감각을 통한 인상은 모두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인 가설에 불과하다(30)’고 못 박는다. 다시 말해 우리의 지식은 모두 어떤 확실한 출발점 위에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론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의 사유와 철학이 토대로 하고 있는 “언어”는 현대철학에서 관심의 중간에 놓여 있다. 해석학적인 철학 방법은 일단 ‘하이데거-가다머’ 선으로 이어지는 전통에서 특히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이러한 점은 팔머의 [해석학이란 무엇인가]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이규호가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바는 단순한 대로, 우리의 인식은 순수 객관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의 인식은 그 토대가 되는 언어 자체가 역사적 사회적인 산물이기 때문에, 그 언어가 속한 사회의 특수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러한 특수성이 보편성을 띠게 되는 것은 우리의 인식을 극한까지 밀고 나가 특수성에 종속되지 않고 그것을 초월해서 다른 언어에도 적용이 가능해 질 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편성도 순수 객관일 수는 없다. (마지막 부분은 나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간 것인데, 이규호의 생각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모르겠다.)
이규호의 책은 읽기가 수월하다. 쉬운 언어로 어려운 내용을 설명해 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원전과의 피나는 맞부딪힘이 점점 더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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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심리학에 의하면 경험의 원자로서의 최소단위의 감각들이 모여서 비로소 감성적인 지각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고 먼저 전체적인 형태에 대한 지각이 앞서고 다음에 하나의 감각들이 인지 된다는 것이다. (28)
-합리주의가 전제하는 아루키메데스의 기점으로서의 사유나 경험주의가 내세우는 순수한 출발점으로서의 감각을 통한 인상은 모두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인 가설에 불과하다. (30)
-내가 확실히 알려고 하는 모든 것은 이미 내가 희미하게라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44)
-베르그손은 “사유의 능력은 행동의 능력의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라고도 했고 “우리는 본래 다만 행동하기 위해서만 생각한다”고 명확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58)
-듀이에게 있어서 결정적인 기본개념은 “버릇”(habit)이다. 버릇은 보이지 아니하게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고 그의 사유와 지각을 유도한다고 한다. (61)
(Character is nothing but crystalized habits-Hemingway)
-우리는 철학함에 있어서 다만 우리 앞에 주어져 있는 사실로 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 사실이라는 것이 바로 이미 이룩된 여러가지 버릇들을 가지고 살고 있는 인간이다. 그 버릇들에 조종되면서 사유하고 행동하는 인간이다. (63)
-인간의 의식은 정확한 인식을 위해서 백지처럼 밑받침하고 있다가 그위에 설정된 절대적인 기점에서 지식을 쌓아올려가는 것이 아니고 이미 삶의 움직임과 더불어 주어져 있는 전이해들을 기반으로 해서 어떤 필요한 계기에 생각하고 비판하고 함으로 지식들을 쌓아올려 간다. (79)
-언어는 주관적인 이해를 그 객관적인 형식에 담아서 객관화한다는 것이다. (106) 캇시러
-물리학자가 다루는 현상은 객관적인 물질자체의 현상이라기 보다는 과학자와 그 대상 곧 인간과 자연의 대응관계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132-33)
-과학은 신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139) 포퍼
-긍정적인 사유가 기술적인 합리주의와 결합해서 인간의 삶의 세게를 거의 완전히 기계화하고 물질화해 버린다. (148) 마르쿠세
-모든 현상에 대해서는 ‘선택’이 있고, 이 선택에는 ‘가치판단’이 작용한다. (179)
-현대철학들이 거의 전체적으로 언어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인간의 사유와 그 개념철학이 우리가 종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깊이 더욱 크게 언어에 의해서 제약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184)
-성찰된 개인적인 삶, 해방된 사회적인 삶이 우리를 진리에로 이끌어 준다.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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