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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저수지 순순히 봄에게 자리를 내주는 건자존심이 허여치 않는 일인가꽃 소식 들리는가 했더니북극 한파가 다시 한번 내려와설핏 잠에서 깨어나던 저수지다시 깊은 동면에 빠져들었다 햇빛도 그 힘을 잃어버려 물새들마저 모두 떠나 버린 절대 고요의 공간돌팔매를 연거푸 날려 보아도거대한 침묵 앞에선 맥을 못 춘다살갗을 에는 매서운 바람만이 홀로 활개를 치고 무라고 불러도 무방한 저수지가늠하기 힘든 두께로 적막을 품고낮디 낮게 엎드려돈오돈수 돈오점수를 훌쩍 뛰어넘는어마무시한 깨달음이라도 꿈꾸고 있는가 (20250223) 순순히 봄에게 그 자리를 내주는 건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 일이었던가다시 한번 북극 한파가 몰려와설핏 잠에서 깨어났던 저수지가 다시 깊은 동면으로 .. 2025. 2. 20.
엄마 당신 자신의 이름은 버렸어도자식의 이름만은 끝끝내 붙잡고 있는, 붙잡으려 하는 2025. 2. 20.
똥을 누다가 문득 오늘은 장이 부드러운가똥이 묽은 편이다며칠 전엔 무얼 어떻게 먹었는지굵고 딱딱한 똥이 항문과 드잡이를 하느라 찢어지고 피로 물들고 말았다마음의 평정은 고사하고몸의 평정도 찾지 못하는 이 삶,노심초사와Que Sera Sera 둘 사이를와리가리 2025. 2. 18.
엄마와의 대화 -- 아에이오우(250217) 엄마의 인지증이 악화되어 이제는 당신의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생각이 안 난다는 걸 인정하기는 싫은지 "이름이 이름이지, 뭐야"라거나, "똥개"라고 엉뚱한 답을 한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도 잘 안 하고, 점점 더 언어에서 멀어지는 형국이다. 답답한 마음에 말을 하게 하고, 발음 연습을 시킬 겸 "아, 해보세요. 오만 원 드릴 게요"라고 하면 따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떨 때는 심술을 부리는 건지, "에"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에이오우도 천천히 하면 어느 정도 따라하는데, 빨라지면 "아에이유"가 되고 만다. 답답한 마음을 몇 번을 시키자, 엄마가 갑자기 "니기미"라고 했다. 2025.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