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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그녀를 만나기

by 길철현 2016. 12. 29.

그녀를 만나기

 

열 시간 전부터,

아니 백 시간 전부터,

아니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내 몸은 뜨겁다

활화산이 따로 없다

우리의 사랑은 그렇다,

한 마디로 애니멀리스틱하다

그녀를 마주한 순간,

나는 일단 그녀의 아구창에다 핵펀치를 날린다

그녀도 송곳을 능가하는 뾰족함을 자랑하는 길다란 손톱으로

내 두 눈을 찌른다,

내 두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른다

튀어나온 눈알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눈에서 빠져나온 눈알은 눈의 기능을 상실하고

눈이 없는 나는 눈을 찾을 수가 없다,

우리의 사랑은 그렇다,

이토록 폭력적이다

숨이 턱 밑까지 타오를 정도로

갑자기 욕지거리가 치솟는다,

세상의 이 온갖 &%^$#*~)*%$#@!%*

(부호를 각종 언어로 번역해보니

mother fucker도 있고, Dunkelbumser도 있고,

빠가야로도 있고, 짱꼴라도 있고, 끼에께에로 마리꽁도 있다)

사랑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욕설로 결말이 나고 말았다

 

욕설은 역시 기표 중의 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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