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삶은, 계란

by 길철현 2017. 2. 11.

삶은, 계란

 

삶은 계란

먹고 싶어요

반숙은 물이 흘러요

너무 완숙은 퍽퍽해서 싫어요

센 불로 적당한 시간 적당히 익힌 계란

(몇 번의 시행착오는 필수 아이템,

감이 좋은 사람은

그 횟수를 급격하게 감량할 수 있지요

감이 떨어지는 사람은

혹은 게으름과 함께 사는 사람은

간편하게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네요,

그런 당신을 위한 편의점)

껍질을 까고

(껍질 채 먹는 미친년놈은 아우트,

타인의 대가리를 이용하여 껍질을 깰 때는

튀어나온 뒤통수를

기분 좋게 아플 정도의 강도를 유지해 때려 주세요

몇 년 전

힘 조절에 실패해

깨어야 할 계란은 깨지 못하고

타인의 대가리를 깬 사람이 구속되었지요)

소금을 살짝 뿌린 뒤

한 입 베어 물고

두 입 베어 물고

(통째로 한꺼번에 삼키는 당신은 욕심쟁이, 후후후)

그러다가 목이라도 메면

사이다 한 모금 꼴깍꼴깍

시원하게 트림을 하고

또 속 시원하게 방귀를 한 번

뿌웅하고 터뜨리고 싶네요

(방귀대장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방귀 속엔 삶은 계란의 냄새가 담겨 있겠지요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내 방귀의 냄새

 

삶은 계란

먹고 싶어요

갈색의 껍질 안

흰색과 노란색의 절묘한 앙상블

(앙팡 테리블 왈

엄마 아빠 난 어디서 왔나요)

한 입 베어 물고 싶어요

두 입 베어 물고 싶어요

정말로 참으로

삶은

계란

(140322)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을 불러  (0) 2020.06.25
집중 호우, 폭우  (0) 2020.06.25
사랑은 한 때  (0) 2017.01.13
그녀를 만나기  (0) 2016.12.29
컴퓨터 앞에 앉아   (0) 201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