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란
삶은 계란
먹고 싶어요
반숙은 물이 흘러요
너무 완숙은 퍽퍽해서 싫어요
센 불로 적당한 시간 적당히 익힌 계란
(몇 번의 시행착오는 필수 아이템,
감이 좋은 사람은
그 횟수를 급격하게 감량할 수 있지요
감이 떨어지는 사람은
혹은 게으름과 함께 사는 사람은
간편하게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네요,
그런 당신을 위한 편의점)
껍질을 까고
(껍질 채 먹는 미친년놈은 아우트,
타인의 대가리를 이용하여 껍질을 깰 때는
튀어나온 뒤통수를
기분 좋게 아플 정도의 강도를 유지해 때려 주세요
몇 년 전
힘 조절에 실패해
깨어야 할 계란은 깨지 못하고
타인의 대가리를 깬 사람이 구속되었지요)
소금을 살짝 뿌린 뒤
한 입 베어 물고
두 입 베어 물고
(통째로 한꺼번에 삼키는 당신은 욕심쟁이, 후후후)
그러다가 목이라도 메면
사이다 한 모금 꼴깍꼴깍
시원하게 트림을 하고
또 속 시원하게 방귀를 한 번
뿌웅하고 터뜨리고 싶네요
(방귀대장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방귀 속엔 삶은 계란의 냄새가 담겨 있겠지요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내 방귀의 냄새
삶은 계란
먹고 싶어요
갈색의 껍질 안
흰색과 노란색의 절묘한 앙상블
(앙팡 테리블 왈
엄마 아빠 난 어디서 왔나요)
한 입 베어 물고 싶어요
두 입 베어 물고 싶어요
정말로 참으로
삶은
계란
(14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