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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침묵

by 길철현 2017. 1. 6.

무엇이라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것이 있다. 흔히 말을 넘어선 어떤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또 큰 침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그래도 여전이 말이다).


우리의 삶은 자신이 깊게 생각해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정되어 있는 것들을 좇아가거나 혹은 그것들에 좇기기 일쑤이다. 지난번 글에도 썼듯이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시간이 아닐까 한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할 듯도 하다. 하지만 글을 몇 자만 읽어 보아도 마음 속에 의문의 회오리가 인다. 확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새로운 시각이라고 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른바 '말들의 전쟁'이다.


단식이 몸에 좋다, 안 좋다, 일일 1식을 하는 것이 건강에 더욱 좋다, 건강의 주적은 탄수화물이다(예들이 좀 더 고상한 것이 아니라 몸,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라서 미안하다).


말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고, 상황 또한 고정적인 것이 아니고, 인간도 변하니, 어떤 말이 오늘 통용되었다고 해서 내일 통용된다는 법은 없다. 이런 시각은 헤라클레이토스적인 것이리라. 파르메니데스는 또 변하는 것은 없다, 고 이야기를 했고, 플라톤은 이 두 사람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하려 이데아와 현상계를 내세웠던 듯하다. 이 역시 말이다.


말할 수 없는 것, 말을 넘어선 것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음을 말할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말할 수 없다, 라고 단정짓는 태도는 무엇인가? 말할 수 없다, 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말할 수 있을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큰 느낌은 말은 한계 속에 있고 말은 말의 한계 내에서 되돌이표로 왔다갔다 하는 듯한데도 우리네 삶에 던져진 말들은 우리의 짧은 인생에 다 살펴보기에는 또 무한하다.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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