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유명한 시인 [율리시즈]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그리고 비록
예전에 땅과 하늘을 흔들었던 그 힘이 이제는 아니지만
지금의 우리도 우리이다--
한결같이 변함 없는 영웅적 기백,
세월과 운명에 의해 쇠약해졌지만, 의지는 강하도다,
분투하고, 추구하고, 찾고, 결코 굴하지 않으리니.
and though
We are not now that strength which in old days
Moved earth and heaven; that which we are, we are;
one equal temper of heroic hearts,
Made weak by time and fate, but strong in will
To strive, to seek, to find, and not to yield.
빅토리아 시대의 '진취적이고 낙관주의적인 사고'가 잘 드러나는 이 시는 이제 장년으로 들어선 나나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호소하는 바가 크다(여담이지만 오락 영화인 007 [스카이폴]에서 이 구절이 인용되는 것을 보고 꽤 놀랐다. 청문회에서 M이 이 시를 인용하는데 영화의 주제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적절한 인용이긴 했지만, 이 오래된 시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영국 - 나아가서는 미국- 국민들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 장면이었다). 탁구 일지를 적는데 서론이 길어졌지만, 2017년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을 이 시는 잘 대변하는 듯하여 끝부분을 인용해보았다. 올 한 해도 부지런히 논문 준비를 하고, 글도 많이 쓰고, 또 무엇보다 탁구도 열심히 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 (1월 14일. 토) 탁구 레슨을 시작하고 탁구 시합에 참석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작년 12월 31일에 열린 [서초 탁구 교실] 3인 단체전에서는 유인석, 정미숙 씨와 참가하여 10강에 입상했다. 상품으로 양말 두 켤레를 받았나? 20강전 1대 1 상황에서 5부로 나온 양현숙(펜홀더 숏핌플 2알 3알 핸디)이라는 분과 게임을 했는데 리시브를 안 타고 내 드라이브를 맞받아쳐서 게임이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회전 서브에 약점이 있는 것을 알고 회전 서브를 넣고 스매싱하는 전략으로 나가 3대 2로 가까스로 이겼다. 10강전에서는 구환서(왼손 펜홀더 4.5부 핸디 2알)라는 분에게 2대 1로 앞서다가 2대 3으로 역전을 당했다. 왼손 포핸드 한 방이 너무 좋았다.)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쌍문동의 [챔피언 탁구 클럽] 리그전이 괜찮다고 해서 참석을 해보았다. 레슨과 개인 훈련으로 몸이 피곤하고 수면 부족까지 겹쳐 이 날은 그냥 가벼운 나들이라도 하며 쉬려고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갔는데, 혹한이 몰려와 도무지 차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나 시합에 참가했다. 전국 오픈 4부는 2부로 참가해야 한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갔는데, 탁구장에 도착하고 보니 3부로 되어 있었다(뭔가 배려가 있는 줄 알았다). 예선전에서는 너무 튀지 않게 조심을 하면서 치다보니 4승 3패로 4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그런데, 본선 1회전 상대가 이날 우승을 한 김계홍(오른손 펜홀더 2알 핸디)씨였다. 맞잡고는 몰라도 2알 핸디는 자신이 있을 듯했는데 서브와 리시브가 나보다 상대적으로 날카로웠다. - 패(6) 패(13) 승(12) 승(6) 패(8) 첫 두 세트를 내주고(첫 세트는 리시브의 불안으로 쉽게 내주고 2세트는 악착같이 쫓아가 듀스를 만들었으나 결국 내주고 말았다), 3세트도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나 내가 따내면서 운은 내 쪽으로 넘어오는 듯했다. 4세트는 쉽게 따냈으나, 마지막 세트에서는 초반에 정신없이 몰렸다. 2대 6 정도로 완전히 뒤진 상황에서 추격을 했지만, 8대 10 상황에서 리시브 미스로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전체적으로 몸이 피곤했던 것, 그리고 [어룡 탁구장]에서 레슨을 하면서 초급자들과 탁구를 치면서 내 탁구에 대한 과신, 결정적으로는 내 백핸드의 부족함을 그냥 받아들이고 화백을 균형있게 쳤어야 했는데, 너무 포핸드 위주의 플레이를 한 것이 패인이었다. 물론 김계홍 씨는 구력과 함께 백핸드가 예술이라고 할 정도로 좋은 면이 있긴 하지만 결국 힘에서 나를 앞서지는 못하는 탁구인데 기교에 밀린 느낌이 강하다. (십 년 전쯤의 시합이 떠오른다. 그 당시에는 운동을 별로 안 했을 때인데, 예선전에서 김계홍 씨를 만나 맞잡고 쳐서 이겼다. 디펜스 위주 플레이를 해서 상대방에게 공격을 주니까 범실이 많았었다. 이 날은 내가 너무 무리를 했고 내 탁구를 과신한 느낌이 강하다.) 입상을 노리고 왔는데, 그리고 부수도 한 부수 내려서 쳤는데 본선 1회전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고배를 마시고 열이 받은 나는 그 다음 날 재도전 했다. 여담이지만 [딜라이브 왕중왕전]에 출현한 내 모습을 기억하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나름 유명인인가? (1월 15일. 일) 2시 시합 시간에 맞춰 탁구장에 도착하니 내 부수가 2부로 되어 있었다. 이게 웬일인가, 하고 관장님에게 물어보니 어제 3부로 뛴 것이 주최측의 착오였다는 것이다. 2부로 적어야 하는데 부관장님이 3조라서 3부로 적었다는 것이다. 나는 3부로 뛰어서 1회전에서 탈락했는데 2부로 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 하자, 관장님이 그럼 3+로 뛰라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예선전] 1. 강남석(3부 오른손 펜홀더? 1알 핸디) 패(8) 패(9) 승(9) 승(8) 승(11) 첫 상대가 비슷한 부수라 몸을 푸는데 안성맞춤이었다. 폼은 다소 엉성한데 공은 의외로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다. 1,2 세트를 내주고 이럴리가 없는데를 연발했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리시브를 별로 타는 것이 없어서, 서브를 넣고 3구, 5구 공격으로 이어나가야 했다. 디펜스도 좀 까다로웠는데 하나씩 하니씩 풀어나갔다. 지난번 김계홍 씨와 비슷한 패턴으로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마지막 세트는 2대 9인가로 벌어진 상태로 패색이 짙었다. 예선을 통과하는데 중점을 둘까, 아니면 이 상대를 꺾으려 최선을 다할까? 머릿속이 복잡한 가운데 일단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한 점 한 점 추격을 해서 듀스를 만들고 결국에는 역전을 시켰다. 예선전의 나머지 경기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손세명(4부 오른 손 펜홀더 2알 3알 핸디)이 쇼트로 지지는 것이 좋아서 1대 3으로 지고 말았다(이 사람은 7승 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했으나, 본선 16강 아니면 8강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5승 2패,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 1. (32강전) 문종우(4부 오른손 펜홀더, 2알 3알 핸디) 승 패 패 승 승(7) [시간이 좀 지나 기억이 흐릿하다] (1조 4위) 이 분은 쇼트 위주의 완전 변칙이었다. 서브 자체도 내가 싫어하는 짧은 너클을 넣고 공도 정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에는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나의 무난한 리시브를 스매싱으로 한 방 매기는 재주가 있어서 게임이 쉽지 않게 흘러갔다. 탁구를 어떻게 저런 식의 변칙으로 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상대방을 이겨내는 것이 당면과제였다. (최근들어 내가 취약한 상대가 서브를 힘 없이 넣고 내가 그것을 약하게 드라이브로 걸면 쇼트로 지진 다음 내가 공을 올려주면 스매싱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다. 작년 12월에 대구 [효성탁구클럽]의 시합에서도 승승장구하다가 8강전에서 그만 이 전형의 복병을 만나 2대 3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런 사람들과의 시합에서는 무엇보다도 리시브가 좀 더 날카로워야 하는데 핸디가 있다보니 좀 더 과감하게 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다.) 실력차는 분명한 듯한데 점수는 오히려 내가 끌려가고, 나름대로 디펜스가 좋아 한 방에 잘 뚫리지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악착같이 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의 질김에 이 분은 무너졌다. 2. (16강전) 권혁도(5+ 오른손 펜홀더 3알 핸디) 승 승 패 패 승(8) 이 분도 처음에는 쉽게 시작을 했으나 약간 경계를 늦추자 곧바로 역습에 들어와 다소 애를 먹었다. 마지막엔 본인의 기본기 부족으로 범실이 나와서 승리를 얻었다. 3. (8강전) 윤재한(3 왼손 펜홀더 1알 핸디) 승(11) 패(11) 승(7) 승(11) 윤재한 씨는 잘 아는 사이이고, 요즈음에는 게임을 한 적이 없으나, 2알 핸디를 주고서도 내가 승률에서 앞섰기 때문에(요즈음 레슨도 받고 해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이야기를 하기는 해도) 마음의 부담이 적었다. 서브가 좋기는 했지만 결정적으로 강한 공격력은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 부가 있는 게임이었다. 막상 게임에 들어가자 게임은 박빙으로 전개되었으나 근소하게나마 나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서브를 가진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게임이 전개되었다. 하지만 나의 커트 서브에 이은 3구 공격의 성공률이 재한 씨의 다양한 서브에 이은 공격의 성공률보다 근소하게나마 앞섰다. 4. (4강전) 이철권(4 오른손 펜홀더 2,3알 핸디) 패 승 패 패(8) 이 분과는 예전에 [황남숙 탁구교실]에서 친 적이 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때보다 상당히 는 듯했다. 무엇보다 나의 취약 부분 중의 하나인 강한 커트를 가지고 있었다. 또 거기다 그 커트를 그냥 넘기면 핸디를 등에 엎고 강한 드라이브로 공격을 해왔는데 디펜스가 잘 되지 않았다. 상대방의 서브를 내가 먼저 건다는 전략으로 나가 상대방 서브에서 50프로를 따려 했는데 생각처럼 그것의 여의치 않았다. 상대방의 서브를 좀 더 날카롭게 리시브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그 부분이 내가 보완해야 할 약점이기도 했다. 목표로 했던 우승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올해의 첫 입상이었다. [챔피언 탁구 클럽]에서의 이틀 간의 시합은 레슨을 한다고 해서 탁구 실력이 갑자기 더 느는 것은 아니고, 한 게임 한 게임 어려움을 견뎌내고 나아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 비록 예전에 땅과 하늘을 흔들었던 그 힘이 이제는 아니지만 지금의 우리도 우리이다-- 한결같이 변함 없는 영웅적 기백, 세월과 운명에 의해 쇠약해졌지만, 의지는 강하도다, 분투하고, 추구하고, 찾고, 결코 굴하지 않으리니.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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