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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언어철학

크리스테바 - 언어에 대하여. 상징계와 기호계의 긴장. 조규형의 글에서 재인용

by 길철현 2017. 1. 31.

글에서 밝혔다시피 저도 크리스테바의 책을 직접 읽은 것은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이해를 하고 쓴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좀 더 공부를 한 다음 글을 쓸까 하다가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기도 하고 또 공부를 한다는 보장도 없고 해서, 나의 자유연상에 따라 몇 마디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아침에 산책을 하는 가운데 들었습니다.


그런데, 인용한 부분을 쓴 조규형의 글을 다시 찾아보니 도움이 될 만할 듯해서 옮겨 봅니다.


... 몸의 문제를 다루는 문학이론으로는 시적 언어의 힘을 상징계(the symbolic)와 기호계(the semiotic)의 긴장관계로 본 크리스테바의 시학이 대표적인 예이다. 크리스테바의 상징계는 언어적 세계이고 기호계는 언어 내면의 육체계(the somatic)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녀에 따르면 '언어과정은 기표와 기의 사이가 임의적이거나 간극을 갖는다기보다는 근본적 차원에서 양자가 혼융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가령 음소에는 리듬과 억양 그리고 육체의 본능적 충동과 욕망이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음소는 확연한 의미단위가 되면서 상징계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이 동일한 음소는 운율과 억양의 반복에 관여함으로써 의미로부터 독립하려는 경향을 띠며 본능적 욕망의 몸에 근접한 기호계적 성향을 갖는다. 이 공명하는 자질은 이미 단순한 음소나 상징체계에 머물지 않고, 그것과 언어체계와의 관계가 마치 0과 1 사이의 알 수 없는 어떤 자리에 속하는 것과 같은 관계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떻든 음소가 속한 체계는 이러한 무정형과 혼융을 특징으로 한다(Desire in Language 135). 크리스테바의 이론적 개념 가운데 하나인 '코라'(chora) 혹은 '배제물'(abjection) 역시 상징계와 기호계가 분리되지 않은 역동적 상태, 한층 몸에 가까운 영역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Revolution in Poetic Language 25-26).  [탈식민 논의와 미학의 목소리 161- 62] (고려대 출판부)


크리스테바의 주장을 옮겨 적자니 그 동안 나의 의식의 밑바닥에 있던 부분들이 떠오릅니다(크리스테바가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시적 언어'이기 때문에 이것이 언어 일반에 해당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언어의 부분적인 특징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어를 단순히 상징계적인 것으로 분리해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언어 혹은 언어 행위를 우리의 '육체의 본능적 충동과 욕망'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루소가 인간의 언어의 기원을 인간의 '감정적인 면'과 연결시켜 설명한 것이나, 메를로-퐁티가 언어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성을 우리의 어떤 근원적인 필요성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부분에서 찾으려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라캉이 '기표는 끊임없이 미끄러진다'라고 하면서 '기의보다 기표의 우위성'을 강조한 것도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볼 때는 성장통님의 말과 그 표현은 다르지만, 결국에는 우리의 '육체성'을 강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좀 막연한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