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아저씨가 제기한 문제나 찜찜함이 정확히 이해되지 않을 뿐더러, 동의하기도 어려운 면이 있지만, 그래도 평소에 관심을 가져온 언어 철학의 문제와 연결되는 듯하여,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먼저 '언어와 대상 사이의 그 해결되지 않은 거리'라는 말에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언어 철학의 고전 중의 하나는 아무래도 플라톤의 [크리튈로스]일 것입니다.
(계속)
얼마 전에 막내동생하고 카톡하다가 역시나 잡스러운데 관심 많고 해박한 이 친구하고 잠시 영어 얘길하다가,
NATO의 발음 및 표기에 대한 얘기가 나왔더랬습니다. 이것도 사실 생각해보면 묘한 문젠데요,
그니까, 외국어 '발음'과 공식적인 '표기'의 문제는 비슷해보이면서도 또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발음은 읽는 것, 말 그대로 발음이지요, 그런데 이걸 한국어로 '표기'할 때는 단순히 발음의
연장이 아니라 일종의 '명명'이 된다는 겁니다. 우리말로는 '나토'라고 쓰고, '나토'라고 읽지요.
그런데 영어로 '발음'할 때는 '네이토(미쿡 영어는 '도'에 가깝지만, 영쿡과 미쿡 구분까지는 안한다고 할때)'
가 되겠지요. 그런데, '나토'라고 한국어로 표기하고 그렇게 읽을 때는 과연 NATO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이건 사람 이름에서 굉장히 중요해지는데,,,전에 제가 미쿡 사람 누구 이름이
Michelis길래 한쿡에서 '미셸리스'(제가 고딩때 불어를 했어서,,,ㅋㅋ,,,대학 중퇴하기 전에 대학에서도 교양
불어를 배우고, 학원도 총 도합 1년 반, 결국 5년이나 불어를 배운 셈인데, 아는 게 딱 저기까지인 것도 참...ㅋㅋ
어쨌거나...)라고 했더니, '마이클스'라고 하더만요...
제가 그때 느꼈던 그 이상한 느낌이 바로 이런 거였던거 같아요.
예를 들어, 인간은 한국어로는 '인간'이고 영어로는 human, 불어로는 homme가 될텐데, 쓰는 법, 읽는 법은
달라도 모두 같은 걸 지칭하는 거일겁니다(약간의 뉘앙스 등등은 무시한다고 하고..).
그런데 위의 Michelis처럼, 대표적으로 종종 생각하는 영어 이름이 Charles인데, 이건 영어에서는 '찰스'
(갑자기 앙드레 김이 생각나는 군엽...ㅋㅋ)지만, 불어에서는 '샤를'이 됩니다. 이럴 때는 아주 분명하게,
찰스와 샤를은 다른 이름, 다른 사람이 되는 셈이지요...
이러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위의 human의 경우는 소위 보편자를 지칭하는 보편명사라는 것이고,
찰스와 샤를은 개별자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라는 것에서 오는 탓이고, 가끔 제가 시배달때 말씀드렸던 기표와
기의 사이, 언어와 대상 사이의 해결되지 않는 그 거리의 문제에서 오는 탓이긴 한데, 어쨌든 그런 얘기들로만은
뭔가 다 해결되지 않는 것 같은 찜찜함이 계속 남아 있습니다.
찰스가 도버해협을 건너서 프랑스로 가면 찰스인가 샤를인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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