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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별로 쓸 말이 없다

by 길철현 2017. 3. 14.


별로 쓸 말이 없다, 라기보다는 쓰는 것이 귀찮다.


그래서, 오랜만에 명상을 하기로 한다.


너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것이 수면 장애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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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을 들으면서 명상을 하려고 했는데, 지친 탓인지 곧바로 잠에 빠져 들었다. (피곤할 때는 잠과 휴식을 취하라는 니체의 말에 동감하지만 문제는 그럴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니체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러 가지 병에 시달리다, 결국에는 정신이 혼돈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도 내 정신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 이야기의 의미는 지금 이 순간에는 알 수 없지만, 적어나가다 보면 뭔가 짚이는 것이 있으리라.


이재명을 닮은 인물이 걸어 온다. (꿈에 이재명이 나온 것은, 후배 중의 한 명이 꿈에서 이재명을 볼 정도 그의 광팬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페이스북에서 이 글을 쓰기 직전에 읽은 때문이다.) 그는 판소리 강습을 담당하고 있는 한 나이든 여성을 만난다. 이 여성은 처음에는 이재명과의 만남을 거부하려다가 - 그가 자신이 담당하는 강좌의 예산을 삭감하려 하기 때문에 - 마음을 고쳐 먹고, 그 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결론에 다다렀던 것이다. (이 여인은 어제 내가 고지혈증 약을 타러 보건소에 들렀다가 지하에 있는 '복지 센터'인가에서 나이든 분들이 판소리 연습을 하는 것을 들은 것에서 따온 것이다.)


인간의 정신은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인데, 꿈은 직설적으로 뭔가를 말해 주는 법이 없어 항상 해석을 해야 한다. 그 해석의 타당성 여부는 아무도 담보할 수 없지만, 개인의 생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이 꿈과 연관해서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은 없다. 다만 그 소재가 어디서 왔는가는 거의 분명하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지금 시국과 관련해서 민주당의 대표적인 진보적 성향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과, 판소리 강습을 담당하고 있는 나이든 여성은 각각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세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및 그녀에게 동조하는 세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고집불통인 태도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투영된 꿈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해석은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나의 개인적인 인간 관계와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 이것은 처음 적을 때는 생각이 안 나다가, 밖에 잠시 나갔다가 들어온 다음에 떠오른 것인데 - 꿈이 근본적으로 '금지된 근친상간적 소망의 실현(wish fulfillment)'과 관련된 것이라면 나와 어머니와의 관계와 연결된 내용인가? 그러고 보니 이 꿈을 꾸기 직전에 선배가 박근혜의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말을 '오이디푸스 신화'와 연결지어 - 정신분석적인 접근은 아니었다 - 쓴 글을 읽었다.


꿈의 해석에는 끝은 없다. 우리의 생각에도 끝은 없듯이. 다만 연결지어 볼 따름이다. 그 가운데 뭔가가 보인다면 그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진정 나의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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