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 폭포에서
- 줄 위에 오른 재인
간밤 내리던 비 그쳐
하늘은 높푸르고
폭포는 맑고 힘차게 흰빛으로 부서져 내린다
우리네 인생살이는 아무리 곱씹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요
일장춘몽인 것만 같구나
허나 이 절벽과 저 절벽 사이
수십 길 허공에 걸어둔 길 위에
맨몸으로 올라서서
바람의 방향 가늠하고
두 팔을 벌린 채
온 정신을 집중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취한 듯 홀린 듯 위태롭게 흔들리며
나아가는 이 순간
온갖 상념들은 뒤로 물러나고
길이 끊어진 곳에서
스스로 길로 일어선
폭포 소리만 다시금 번개처럼 나를 꿰뚫는다
* 시를 쓴 것도 참 오랜만이고, 요즈음엔 시를 읽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문득 예전에 몇 번 쓰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하고만 재인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시 구절이 몇 줄 떠올랐다.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집에 와서 마무리를 한다. 마지막 부분이 아무래도 예전에 써둔 부분의 재탕인데, 더 좋은 생각이 현재로서는 떠오르지 않는다. 어찌 되었건, 재인 아내와, 신관 사또와, 그리고 마지막 재인으로 이어지는 시편은 부족한 대로 완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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