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잘 오지 않아서 사람들의 평도 대체로 괜찮은 듯해서 뽑아 든 영화였는데, 숙면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나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인가? 만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난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인가? 우선 납득이 잘 가지 않았던 것은 그리스 신화적 요소와 1차 세계 대전이라는 인류 역사의 대참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섞어버린 점이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니 '원더우먼'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 유명했던 TV 시리즈도 내가 살던 지역에서는 방영이 되지 않았다. 위키피디어를 좀 참조해보고 이 영화에서의 '원더우먼'의 신화적 요소가 원작에 충실한 것이라는 점을 알게되니까, 좀 납득이 되는 면이 없지 않다.)
거기다 12세 관람가답게 스토리의 전개가 너무 느리고 그 내용에 설득력이 없었다. 1차 세계 대전의 상황에서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미국과 영국의 연합국이 선이고, 독일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이 악이라고 보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원더우먼이 제3자적인 입장이라고 한다면) 연합국 측에서 독일 병사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장면 또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좀 흥미로워지는데, 독가스를 제조하던 독일의 장군이 전쟁의 신인 아레스의 화신이 아니라, 영국측 정치가가 아레스로 등장하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소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거기다 원더우먼은 애초에 모든 것의 시발점이었던 영국군 스파이 스티브와의 사랑과, 그의 희생 정신에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요즈음의 많은 영화들이 그러하듯 3D 영화가 선사하는 시각적인 입체감과 현란함([그래비티]를 아이맥스 3D로 보았을 때 파편이 날아오면 절로 몸을 피하게 되지 않았던가?)일 텐데, 안방에서 2D로 보았으니 이 영화가 주는 재미의 3분의 2는 놓치고 들어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스 이스라엘 출신이라는 갤 가돗은 매력적이면서 역동적이고, 또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인물(신의 딸이자 신인 존재이므로)로서는 안성마춤이기는 하다. 거기다 191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는 달리 남자가 보호하고 남자의 뜻에 따르는 제2의 성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의복 등 여성을 옭아매던 당대 관습을 다소 코믹하게 풍자를 하면서도, 지구를 구하는 그런 강인하면서도 구원적 존재로서의 여성상이라는 점에서는, 앞에서 지적한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특색있는 수퍼히어로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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