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어머니인 처녀를 살해함으로써
나를 지워버리고 싶은 참혹함이여,
시뻘건 비명과 울음의 늪 한 가운데에서도
스스로 스스로를 지워내지 못하는 가증스러움이여,
한 번 내디딘 발걸음은 끝까지 나아가야 하기에?
고꾸라지는 바로 그 자리가 언제나 끝이고
그것으로 게임 오버가 되는 것 아닌가?
생의 몸부림은 강둑을 무너뜨리는 강렬함을
도가니, 도가니, 불과 얼음이 마구 뒤엉킨 혼돈의 도가니,
허공을 향해 창자가 목구멍을 넘어오는 비명,
캄캄한 침묵 앞에서는 비명조차 아가리를 다물 수밖에.
교각도 없는 다리를 꿈꾸었던 어리석음,
그 어리석음의 꼬리를 달고 나는 발발이처럼 발발거렸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내 심장에 꽂힌 비수를 뽑아들고
칼을 던진 자를 두리번거린다, 그의 손에 입맞추려?
참혹한 아름다움이 막 문을 연다
시뻘건 울음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세상은 언제나 끝나는 그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인가?
(2000년 10월 8일)
(2000년 10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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