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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전화

by 길철현 2016. 4. 14.

 

 

전 화

 

 

 

너의 전화번호마저 은빛 수갑 채워

쇠사슬 칭칭 감아 두었건만

내 귀는 어느새 너의 그,

햇살이 물위를 한 발 내디딜 때의 그 목소리를

굶주린 아기처럼 빨아대고 있다

 

한 마음이 다른 한 마음에 가닿지 못하는

얼음 낀 애닯음이여

 

오랜만에 통화하는 지인들이 흔히 그러하듯

나는 너의 근황을

너는 나의 근황을

먹구름처럼 무장무장 피어오르려는 침묵을

우스개로 너저분히 가라앉히고

 

한 마음이 다른 한 마음에 가닿지 못하는

까무라칠 수밖에 없는 거리여

 

한 발 내딛는 순간 푹푹 빠져버리고 마는 까마득한

허방

 

                       

(2000년 11월 8일 수정)

(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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