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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쌍문역 연가

by 길철현 2016. 4. 14.

퇴근하는 여자의 잠시의 모습이나 보려
오늘도 사내는 역으로 출근하네
승강장 의자에 앉아 
여자가 탄 전철이 도착하길 기다리네
이 가슴떨림이 가을물빛으로 가라앉을 때
그녀로 향하는 내 사랑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내리리라
전철이 몇 번씩이나 사람들을 토해내어도 
여자의 모습 보이지 않네
 
늦게 퇴근하는 여자의 피로한 얼굴이
자신의 추악한 얼굴로
한층 피곤해 질까 무서워
사내 의자를 떠나네
 
떠나다 다 못 떠나고
기둥 뒤에 몸 숨긴 채
개표구를 나올 여자를 기다리네
 
노란 스웨터에 감색 치마를 즐겨 입는 여자
머리칼 출렁이며 집으로 향하는 여자
 
세상은 온통 여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중심으로 한 발짝 내어딛지도 못한 채
회전목마를 탄 듯 어지러이 맴돌 뿐이네
 
(20000820)
(20040714)

 

 

 

 

 

 

 

 

 

 

 

 

 

 

 


 
 
쌍문역 연가
 
 
 
퇴근하는 여자의 잠시의 모습이나 보려
오늘도 사내는 역으로 출근하네
승강장 의자에 앉아
여자가 탄 전철이 도착하길 기다리네
이 가슴떨림이 가을물빛으로 가라앉는 날
그녀로 향하는 내 사랑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내리리라
사내 다짐을 해보지만
전철이 몇 번씩이나 사람을 토해내어도
여자의 모습 보이지 않네
 
늦게 퇴근하는 여자의 피로한 얼굴이
자신의 추악한 얼굴로
한층 피곤해 질까 무서워
사내 의자를 떠나네
 
떠나다 다 못 떠나고
기둥 뒤에 몸 숨기고
개표구를 나올 여자를 다시 기다리네
 
노란 스웨터에 감색 치마를 즐겨 입는 여자
머리칼 출렁이며 집으로 향하는 여자
 
세상은 온통 여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네
중심으로 한 발짝 내어딛지도 못하는 사내
회전목마를 탄 듯 어지러이 맴돌 뿐이네
                    
(2000년 10월 28일)
(0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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